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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햄이 1급 발암물질? WHO 암연구소 발표 후폭풍 거세

기사입력| 2015-10-28 09:19:21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암연구소(IARC)가 소시지·햄 등 가공육이 담배나 술과 같은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이 좋아해도 이젠 먹이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소시지·햄 등 가공육을 생산하는 관련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IARC, "가공육 매일 50g 먹으면 직장암 위험 18%↑"

프랑스 리옹에 본두를 둔 IARC는 지난 26일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IARC는 이 보고서에서 "그간 10개국 22명의 전문가가 참가해 육류 섭취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800여 건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소시지나 햄 등 일정한 공정을 거친 육류나 붉은 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공육은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발효, 훈제하는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가공한 것으로 핫도그, 햄, 소시지, 베이컨, 쇠고기 통조림, 말린 고기 등이 대표적이다. IARC는 기존 연구에서 가공육의 섭취가 직장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무려 18%로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IARC는 또한 10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인 '글로벌 버든 오브 디지즈 프로젝트'(GBD: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Project)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고기 섭취를 통해 매년 3만4000명이 사망하지만 담배는 100만명, 알코올 60만명, 대기오염으로 20만명이 숨진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의 책임자인 IARC 쿠르트 스트라이프 박사는 "가공육이 직장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가공육을 적게 섭취하면 직장암이 발생할 위험이 통계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공중 보건 차원에서 암의 충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붉은 고기를 안전하게 요리하는 방법과 관련 "바비큐나 프라이팬에서 요리할 때처럼 높은 온도나 직접 뜨거운 불판이나 불꽃에 접촉하면서 조리하면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나 헤테로사이클릭 아민 등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만들어 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요리방법과 암 유발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정확히 결론을 내릴 만큼의 충분한 자료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 "나라별 섭취량 무시…충격 최소화할 터"

이같은 IARC의 연구 보고서가 알려지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특히나 소시지와 햄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에,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온라인 카페 등에 "정부 차원의 믿을 수 있는 발표가 나오기 전까진 소시지나 햄 등은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더욱이 27일 미국의 식품분석 스타트업인 클리어푸드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345개 핫도그와 소시지 제품에 대해 DNA 분석을 실시한 결과 7개 중 1개꼴인 14.4%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 내용까지 전해지면서, 특히 소시지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소시지와 햄이 담배처럼 위험하다'는 IARC 주장에 대해 "나라별 섭취량 등을 무시한 과도한 주장"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89년 '공업용 우지라면', 2004년 '쓰레기 만두 사건' 등 유해 식품에 대한 이슈는 한 번 터지기만 하면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관련업계나 시장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일도 자칫 불똥이 특정 브랜드로 튀게 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육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등 관련업계는 "IARC 주장처럼 하루 50g씩 가공육을 섭취할 경우 연간 소비량은 무려 18㎏에 달한다"며 "그러나 한국인의 연간 육가공 제품 섭취량은 3.8㎏(농촌진흥청의 2013년 발표)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육가공협회, 축산협회,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여론을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고 관련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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