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40대 여성 10명 중 8명은 와인·소주 보다 맥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여성과 잘 어울리는 술은 맥주라고 답했다.
리서치기업 오픈서베이는 10월 초 20~40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맥주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이 와인이나 소주보다 맥주를 가장 즐겨 마시고, 맥주는 여성과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주일에 1~2번 가량 맥주를 마신다는 답변이 41%로 가장 높게 나와 여성의 맥주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맥주는 남성과 어울리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과음 위주의 음주 문화에서 가볍게 즐기는 문화로 변화하면서 맥주에 대한 여성들의 선호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하듯, 왜 맥주가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34%의 응답자가 '도수와 칼로리가 낮아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를 택한 것.
또한 맥주가 꼭 필요한 상황으로는 '친한 지인들과의 가벼운 모임이나 파티'가 3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이 응답은 20대, 대학(원)생 집단의 응답률이 높았는데 이는 젊은 여성 세대를 중심으로 맥주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해 최근 '우리는 모두 맥주를 사랑해요'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색적인 실험으로 맥주에 대한 성적 편견을 꼬집은 영상에선 여성이 맥주를 주문하고 남성이 칵테일을 주문했음에도 종업원은 당연하다는 듯 맥주를 남성에게 서빙하는 모습이 나온다. 맥주를 주문한 사람이 으레 남성일 것이라는 편견을 꼬집는 이 영상은 업로드 5일만에 26만 뷰를 돌파했고,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맥주는 남자들만의 술이 아니다', '여성들도 남자 못지않게 맥주를 좋아하고 즐긴다' 라는 메시지에 큰 공감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인식에 더해 실제로 맥주가 여성들이 적절히 마시면 건강에 좋은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하나 둘씩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스칸디나비아 학술지 프라이머리헬스케어(Scandinavian Journal of Primary Health Care)에 실린 스웨덴 예테보리데 살그렌스아카데미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1회나 2회, 혹은 1개월에 몇 차례 적당히 맥주를 마시는 이들은 전혀 마시지 않은 이들보다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3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연구결과는 맥주를 골다공증에 좋은 음식으로 소개하며 이는 맥주에 함유되어 있는 규소성분이 뼈가 부서지는 것을 막고 뼈조직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맥주시장에서 여성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업체들의 여성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전용 잔의 명품 이미지를 살린 광고를 통해 여성들의 심미적 욕구를 자극하고, 대표적인 밀맥주 호가든은 라즈베리가 들어가 여성들의 입맛을 충족하는 호가든 로제(Hoegaarden Rosee)를 출시하는 등 고급화 및 다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Kloud)는 대표적인 여성 모델인 전지현을 필두로 여성들이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광고를 통해 어필하고 있다.
한편,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발전하면서 맥주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브루잉'이 성인들의 새로운 취미로 부상하고 퇴근 후 다양한 수제맥주 집을 돌며 개성 있는 수제맥주를 즐기는 '펍크롤(Pub Crawl)'이라는 신종문화까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주가 단순히 기호식품을 넘어 문화요소로 자리잡으며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여성들의 맥주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