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황금알 낳는 서울 면세점 막판 레이스 점입가경…특별한 관전포인트 셋
기사입력| 2015-07-06 16:34:51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서울과 제주의 신규 면세점 4곳 운영권을 놓고 지난달 1일 사업계획서를 받은 관세청은 그간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실시했다. 9일과 10일 신청기업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바로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서울지역 면세점 운영권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롯데그룹), 신세계DF(신세계그룹), SK네트웍스(SK그룹), 이랜드면세점(이랜드그룹), 현대DF(현대백화점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그룹) 등이 이번 혈투의 주인공이다.
오너들까지 뛰어들면서 초반부터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면세대전. 이제 막판에 접어든 이번 레이스의 3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①교통문제 독과점논란 등 이슈, 어떻게 작용할까
관세청은 평가기준으로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을 내세웠다.
이 심사기준에 따라 기업체들은 그간 장점은 최대한 부각시키는 반면 경쟁업체의 단점을 공격하는 홍보전을 불꽃 튀게 전개해왔다. 이에 따라 '주차난 vs 관광객 유치 능력', '경영능력 vs 독과점 논란' 등 여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중 관광 인프라에 있어 유리한 업체들은 교통문제로 공격을 받아왔다. 서울 동대문과 명동에 각각 후보지를 정한 SK네트웍스와 신세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주차난이라는 단점은 살짝 피해가면서, 개별 관광객의 면세점 수요가 많은 곳에 면세점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각각 용산과 여의도, 강남을 후보지를 정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현대DF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 여건이 중요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신세계 등을 겨냥한 홍보 전략이다. 그러나 이들은 신세계 등과는 반대로 주변 관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 시달려왔다.
경영능력을 둘러싼 입장 차도 마찬가지다. 오랜 면세점 경영 노하우를 자랑하는 호텔신라와 롯데는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국내 전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롯데 50.7%, 호텔신라 30.7%로 2개사가 81.4%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도 이번에 호텔신라 또는 롯데가 신규 면세점 운영권을 따게 되면 독과점 구조가 더 심화하리라는 주장을 펼친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관세청에 롯데와 호텔신라의 면세점 입찰 참여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지만,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사업자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합작을 한 호텔신라의 묘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②막판 승부수 9일 PT전략에 관심 집중, 오너 뜨나
이제 할만큼 다 했다. 남은 건 9일로 예정된 프레젠테이션. 순서는 이미 결정됐다. 서울 대기업 입찰에선 신세계디에프가 첫 테이프를 끊는다. 이어 현대DF,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롯데면세점의 순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며, HDC신라면세점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각 업체는 5분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20분간 심사위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신청업체들은 이미 현장 심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판세가 정해졌다고 보고, 막판 승부 굳히기 또는 뒤집기를 위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전략을 짜고 있다.
심사에는 해당업체 관계자 3인까지 참석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오너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면세점 업무에 정통한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모범답안을 제시할지, 오너가 깜짝 등장해 심사위원의 점수를 딸지 업체들은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C신라는 공동대표인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 중 한 사람이, 신세계DF는 성영목 대표, 현대DF는 이동호 사장, SK네트웍스는 문종훈 사장,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황용득 사장, 이랜드면세점은 노종호 사장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특히 최근 면세점 사업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HDC신라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리란 소문도 돌고 있다.
③오너들에게 불어 닥칠 후폭풍…달콤하거나 뼈아프거나
이번 면세대전에서 현재 최고 우등생은 이부진 사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레이스 초반 범현대가(家)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독과점 논란을 피하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또 지난달 메르스 의심 환자가 제주신라호텔에 숙박한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3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즉각 호텔 영업을 중단시킨데 이어 바로 중국으로 달려가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을 장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귀국하자마자 'K-디스커버리(Discovery) 협력단' 출범식에 참석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함께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한국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레이스 막판에 또 한 번 화제 몰이를 세게 한 셈이다.
이런 이부진 사장을 놓고 업계에선 "냉철한 판단력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현장 대응 능력이 탁월하다고 것을 입증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이번 레이스를 통해 조용하지만 결단력 있는 '이부진 리더십'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를 그룹 안팎에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편 이번 면세점 낙점 여부가 출사표를 낸 대기업 오너들의 그룹내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명확하다. 이부진 사장과 손을 과감히 잡은 정몽규 회장은 면세점 운영권을 손에 넣게 되면, 이후 현대산업개발 유통사업의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면서 승승장구를 거듭하게 된다.
특유의 뚝심으로 면세점 사업을 추진해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또한 마찬가지. 정 부회장은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했고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고, 올해 2월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개설했다. 이번에 전쟁에서까지 승리하면,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이 급상승하게 된다. 현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각각 17.3%씩 갖고 있으며, 정 부회장은 이보다 적은 7.32%씩을 보유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에 안기 위해 일찍이 전쟁에 나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그룹 내에서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고배를 마시게 된 오너들은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레이스를 진두지휘한 만큼 심사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오롯이 져야할 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의 실망과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되면서 만만치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업계에선 내다봤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