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검찰, 신원 박성철 회장 비리 수사…'패션 명가' 흠집나나
기사입력| 2015-07-06 11:10:31
중견 패션기업 신원그룹의 성장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검찰이 신원그룹의 창업자인 박성철 회장(75)에 대한 개인비리 수사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 1973년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신원을 창업한 이후 줄곧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상황. 때문에 이번 박 회장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신원그룹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신원그룹 본사와 계열사 박 회장 자택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50여명을 보내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검찰수사는 지난 4월 국세청이 박 회장의 탈세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 단초다.
당시 국세청은 박 회장의 부인과 회사 관계자 등에게 190억 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박 회장은 18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같은 세금 탈루는 신원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빚어졌다. 신원그룹은 1990년대 탄탄한 패션사업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17개로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빗겨가지 못해 1999년 워크아웃 사태를 맞았고 박 회장은 신원의 지분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박 회장 일가의 탈세는 2003년 신원의 워크아웃 졸업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원의 워크아웃 기간 중인 2001년 박 회장의 부인은 광고대행사 티앤앰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고 워크아웃 졸업 후 티앤앰케뮤니케이션즈가 신원 주식을 대량 매입, 경영권을 편법으로 되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포탈이 이뤄졌다는 분석. 박 회장은 신원의 워크아웃 졸업 후 경영을 총괄해 왔다.
현재 박 회장은 신원의 지분 1%도 갖지 않고 있는 상태. 대신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티앤앰커뮤니케이션즈가 28.38%의 신원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티앤앰케뮤니케이션즈는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번 박 회장의 수사에서 그가 허위로 개인회생을 받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8~2011년 기간 중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숨겨놓은 가운데 법원에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을 신청해 270억원에 달하는 개인채무를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울러 박 회장의 100억원대 횡령혐의도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신원의 소액주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박 회장의 횡령 부분이다. 상장기업의 대표이사 등 주요 임직원이 횡령·배임 시에 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를 거쳐 해당기업을 상장폐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 1일 신원의 주가는 6.52% 폭락하는 등 연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소액투자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박성철 회장의 중국사업 청사진에 먹구름
박 회장은 이번 검찰수사에 앞서 지난달 29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징(南京) 소재 난징진잉백화점 본점에서 중국 대형 백화점 및 부동산기업인 진잉그룹과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가 50대50의 지분 투자를 해 합작회사를 설립, 2017년을 목표로 남성 SPA(생산과 유통, 판매를 일괄하는 것)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한 것. 아울러 신원의 여성 브랜드인 '베스티벨리'와 '씨' 등을 진잉백화점에 임점시키기로 했다.
지난 2006년부터 중국사업을 해 온 신원은 이번 MOU 체결을 발판 삼아 2020년까지 중국에서 6000억원,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신원은 지난해 6075억원의 매출과 1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수년간 5000억원대에서 정체를 보이던 매출이 6000억원대 벽을 뚫었고 영업이익도 2013년 83억원에서 두 배 가까지 늘었다.
올 들어 증권사에서 발간된 신원에 대한 분석보고서도 장밋빛 일색이었다. 수출부분의 고성장세가 지속돼 매출액은 10% 이상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신원 자체적으로도 지난달 19일 올해 영업이익은 2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2.9%가 늘고,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6485억원으로 예상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신원그룹은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신원 측은 과연 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어느 선에서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성철 회장의 도덕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신뢰 경영'을 경영철학의 제1 모토로 삼아왔으며, '신원'(信元)이라는 사명도 믿음이 최고의 가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탈세혐의가 드러난 데다, 횡령 등의 개인비리 혐의까지 포착되면서 이 회사의 경영철학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신원 측은 이번 검찰수사에 대해 "횡령 등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검찰수사에 최대한 협조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