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클릭! 부동산] 장사는 곧 목이다, 상권분석은 어떻게?
기사입력| 2015-06-16 10:36:52
2년 전 대기업에서 명예 퇴직한 김모씨(52·경기도 일산신도시)는 최근 아내와 함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김포신도시를 자주 찾고 있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자신이 거주하는 일산신도시 상권도 샅샅이 훑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요리학원도 다니는 등 음식점을 차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 그런데 자영업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가게를 어디에 낼 것인지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씨는 "마곡지구는 향후 오피스 빌딩이 밀집돼 성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임대료 등이 비싼 편이다. 김포신도시는 아직 본격적인 상권형성이 돼있지 않아 과연 장사가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일산신도시는 이미 음식점이 포화상태인 것 같다"고 입지선정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처럼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입지선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고 장사가 잘 될 곳에 가게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의 이상헌 소장은 "'장사는 곧 목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게 위치가 창업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소장의 조언을 토대로 상권분석 시 기본적으로 체크할 요소들을 살펴봤다.
▶유동인구
A씨는 서울 강남의 벤처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곳에 샌드위치 가게를 오픈했다. 위치는 대로변을 벗어는 외진 곳이어서 창업비용은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그는 오피스 지역인 만큼 유동인구가 많아 단골을 확보하면 장사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영업에 어려움을 느껴 1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신생 벤처기업들이 주로 입주해 있다 보니 망해서 나가는 기업이 많아 단골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반대로 B씨는 2년 전 강남의 또 다른 오피스 지역에 19㎡(약 6평) 토스트 가게를 오픈해 현재 월 20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게가 중학교 앞에 위치해 학생들이 간식으로 토스트를 많이 사먹는데다, 작은 빌딩들에 입주해 있는 소규모 기업들도 거의 이동을 하지 않아 상당수의 단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C씨는 강남의 오피스 밀집지역에 세탁소를 오픈했다가 실패를 맛봐야 했다. 직장인들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세탁물을 맡길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 출퇴근 시 세탁물을 갖고 자신의 가게를 찾는 직장인이 거의 없었다. 보통 세탁물은 집 근처 세탁소에 맡긴다는 사실을 간과한 셈이다.
상권분석에서 유동인구나 배후인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몰려있는 곳의 소비력이 높고 매출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다고 무작정 가게를 오픈해서는 곤란하다. 인근지역 유동인구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앞의 예에서와 같이 자신이 창업하려는 업종과 전략이 그 지역의 유동인구 특성과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동인구를 조사하려면 업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해당 지역의 점심시간과 저녁시간대 등 하루 2번에 걸쳐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동인구는 또 남녀별, 연령별로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 주말과 주중으로 나눠 유동인구를 체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비가 오거나 등의 날씨에 따른 유동인구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동인구과 함께 인근지역 경쟁업소의 매출도 동시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점심과 저녁 때 손님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를 체크해 하루 매출을 예상해 보는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주요상권의 가게별 매출액을 점검할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카드 사용액 등을 토대로 대략적인 가게별 매출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3일 동안의 매출이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어야 안정적으로 가게를 영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하루 1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월 적정 임대료는 300만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접근성
D씨는 2년 전 서울 노원구의 번화가에 스시집을 냈다가 1년도 안 돼 장사를 접고 말았다.
김씨가 가게를 얻었던 곳은 소규모 빌딩의 6층.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맛으로 승부를 걸면 가게가 6층에 위치하더라도 나름대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지나가나가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드물었고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던 것.
스시집은 경쟁업소와 차별화가 가능한 독특한 외식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영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가령 연인들을 대상으로 예약 위주의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6층이라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소비자들의 50% 정도는 지나가다가 매장을 들른다는 분석. 즉 즉흥적으로 가게를 찾는 비목적성 구매가 상당한 것이다. 물론 비목적성 구매를 했다가 마음에 들면 단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비목적성 구매를 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단골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창업 초기 비목적성 구매를 전제로 장사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가게를 내야 매출발생이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1층을 기준으로 지하층은 70%, 2층은 50%의 고객을 추정하고 있다.
또 상권의 높은 지대보다는 낮은 곳, 지하철과 버스역 인근이 고객 접근성이 용이한 공간들이다.
▶경쟁점포 숫자
E씨는 4년 전 대구 수성구에 국수 전문점을 냈다. 인근 지역에 오피스가 밀집돼 있고 배후 아파트 단지도 꽤 컸기 때문에 나름대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창업 후 한동안 임대료 내기도 버거웠다. E씨는 매출부진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경쟁업소가 너무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의 가게를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에 국수전문점이 6개나 되었던 것. 또 국수전문점의 특성 상 저녁 장사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인근지역의 상권을 면밀히 체크한 뒤 3년 전 감자탕 집으로 업종을 바꿔 개업했다. 반경 1㎞ 이내에 감자탕 집은 1개밖에 없었던 것이 업종전환을 결심하게 된 배경. 또 감자탕집의 경우 저녁에도 손님이 적지 않게 찾고 술 판매를 통한 매출도 짭짤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결과는 '대만족'. E씨는 국수전문점을 할 때에 비해 감자탕집 전환 후 3배 정도 많은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또 F씨는 2년 전 서울 강서구에 치킨 집을 냈다가 창업초기 6개월여 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역시 매출부진에 대한 분석결과 인근에 치킨가게가 너무 많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상권 재조사에 나서 인근에 경쟁점포가 드문 퓨전주점으로 업종을 바꿔 지금은 탄탄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수는 600여만명에 달한다. 자영업자 비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30%대로 경쟁이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쟁점포가 많은 곳에 창업을 해서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입지 선정 시 인근에 경쟁점포가 몇 개나 있는가를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할 것이다.
▶상권의 성장 가능성
분당신도시에 거주하는 K씨는 지난해 초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피자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분당에 가게를 내려고 했으나 높은 창업비용이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 나선 끝에 임대료 등이 분당의 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저렴한 오포에 가게를 내기로 결정했다.
오포는 분당 서현역에서 승용차로 10여분밖에 걸리지 않고, 벤처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판교에서도 승용차로 2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K씨는 이같은 지리적 이점에다 오포지역에 빌라 등 신흥 주거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향후 상권도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오포는 집값이 분당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20~30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도 했다. 그의 상권분석은 적중해 피자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김포 구시가지 인근의 신흥 주거지역에 거주하던 30대 초반의 L씨.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외부 손님과 만났을 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드물다고 판단해 4년 전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커피숍을 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 지역 상권이 발달해 있지 않아 권리금도 없었고 창업비용으로 총 4000여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파트가 해당 지역에 속속 건립되면서 상권도 성장하기 시작, 그는 이 커피숍에서 월 5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입지 선정 시 향후 상권의 발달 가능성을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 있는 등 향후 상권이 위축될 지역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