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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고 탈많은' 귀뚜라미보일러 언제쯤 조용해지나?
기사입력| 2015-04-14 09:25:12
최근 보일러업계 '빅3' 업체 귀뚜라미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허권 빼돌리기 의혹, 대리점에 대한 '갑질', 거짓·부당광고 등에 이어 이번엔 중소기업과의 상생 외면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이슈가 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맞물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도 또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귀뚜라미에 중소업체 '뿔났다'
펠릿보일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10~11일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귀뚜라미의 펠릿보일러 철수'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펠릿(Pellet)은 목재를 가루로 만든 다음 고온고압으로 성형한 알갱이를 뜻하며 펠릿보일러는 이를 원료로 사용한다. 목재펠릿보일러의 시장규모는 연간 1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데, 보일러업계 대기업인 귀뚜라미가 2009년 뒤늦게 뛰어들면서 시장의 근간이 흔들렸다.
결국 생존에 직면한 중소업체들은 2013년 9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진출해있던 또 다른 대기업인 경동나비엔은 상생협력 취지에 공감하며 사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달랐다. 귀뚜라미는 오히려 사업 영역을 점차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귀뚜라미는 1980년대 국내 기름보일러 시장이 팽창하던 시기에 '대기업이 기름보일러 시장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급성장해 현재 보일러업계의 대기업이 됐다.
중소업체들은 영세한 펠릿보일러 시장에 대기업이 영업을 하면 중소업체는 버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심야전기 보일러 시장을 보면 예전엔 중소업체 40~50개가 있었는데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나서 현재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반성장위는 지난 2월 '2015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발표했다. 그러나 목재펠릿보일러 등 9개 업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계속 논의한다고 동반성장위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귀뚜라미 관계자는 "현재 본사의 펠릿보일러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며 "애프터서비스(AS)나 기술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 중소업체들의 피해 가능성도 적은데 미리 철수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리점 상대 '갑질 논란'에 '뻥 광고', 특허권 빼돌리기 의혹까지…
올해 초부터 귀뚜라미는 '갑질' 논란에 이어 '뻥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귀뚜라미그룹의 계열사인 귀뚜라미홈시스와 계약을 맺고 대리점을 운영하던 점주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제소했다.
점주는 귀뚜라미홈시스가 제품 밀어내기, 반품 거절, 무상서비스 강요 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귀뚜라미홈시스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대리점은 제소를 취하했다. 귀뚜라미홈시스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과 원만히 해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귀뚜라미홈시스는 지난 2009년에도 '대리점 판매목표 강제행위'로 인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또 귀뚜라미는 지난 6일 제품 성능을 거짓·과장 설명한 광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제품에 적용된 '4PASS 열교환기' 및 '콘덴싱' 기술과 관련, 해당 기술이 세계적으로 약 150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음에도 '세계 최초'라는 문구를 광고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12년 기준으로 귀뚜라미의 연간 생산량은 43만여대에 그치고 독일 바일란트가 연간 164만대를 생산함에도 '보일러 생산규모 연간 100만대로 현재 세계최대 보일러 회사'로 홍보해 왔다.
펠릿보일러 역시 다른 사업자가 먼저 개발했지만 '국내에서 처음 만든'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효율등급 1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도 '국내최고 효율'이라고 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객관적인 근거 없이 '2.5배 빠른 난방가동시간' '실사용 효율 99%' 등의 과장된 광고 문구를 남발했다.
아울러 '국내 유일의 무사고 안전보일러'라는 문구와 달리 제품 관련 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공정위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밖에 특허권 빼돌리기 의혹도 대두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그룹 내 계열사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 특허권을 법인이 아닌 최진민 명예회장 일가의 이름으로 돌렸다는 것.
이로 인해 최 명예회장 일가는 매년 거액의 사용료를 받고 있는 반면 연구원 등 임직원들에게는 직무발명 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직원들이 대구지방법원에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짜근성=거지근성'? 과거 발언 논란 다시 떠올라
최근 경남도의 학교 무상급식 중단이 현실화되자 현지 뿐만 아니라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진민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투표를 밀어붙이자, 회사 인트라넷에는 최진민 당시 회장의 투표독려 공지라며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공지에서는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라며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귀뚜라미 보일러 측은 "최진민 회장이 직접 쓴 게 아니라 타인의 글과 지인에게 받은 글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최 회장은 같은 해 10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연초부터 '말 많고 탈 많은' 귀뚜라미의 기업 경영 행태가 언제쯤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