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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세탁기 액티브워시 '세계 최초' 논란 왜?

기사입력| 2015-04-09 15:24:21
'알았나, 몰랐나'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액티브워시'가 '세계 최초' 논란에 휩싸였다. 액티브워시는 삼성전자가 애벌빨래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제품이라고 강조한 세탁기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 처음 공개, 많은 이들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허리를 굽혀야 하는 드럼세탁기와 다르게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애벌빨래와 세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1981년 나온 금성사 백조세탁기에 애벌빨래 기능 있어

최근 액티브워시의 인기는 뜨겁다. 지난 2월 2일 국내 출시 이후 3주 만에 국내에서 1만5000대가 팔렸다. 하루에 1000대가 팔린 셈이다. 삼성전자가 액티브워시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CE) 사장은 액티브워시 출시 간담회에서 "액티브워시는 전자동 세탁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불만을 관찰해 개선한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액티브워시가 목표량의 20%인 200만~300만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액티브워시는 애벌빨래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세탁기가 아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는 1981년 애벌빨래 기능을 지원하는 세탁기(수동 백조세탁기)를 만들었다. 30여년전에 이미 애벌빨래가 가능한 세탁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수동 백조세탁기는 세탁조 위에서 애벌빨래를 한 후 세탁물을 세탁통으로 밀어 넣도록 만들어졌다. 액티브워시와 비슷한 구조다.

LG전자 관계자는 "애벌빨래가 가능했던 수동 백조세탁기는 시중에 판매됐던 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가전기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세계 최초 문구를 두고 잡음이 새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개발에 들어가면 비슷한 제품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금성사의 백조세탁기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슷한 제품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자동 세탁기에서 애벌빨래가 가능하도록 한 세탁기로는 세계 최초가 맞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급수장치 있어 과거 수동세탁기와 다른 방식"

세탁기와 탈수기가 따로 있는 수동세탁기와 같이 있는 자동세탁기를 나눠 애기한다면 삼성전자의 말이 맞다. 그러나 수동세탁기와 자동세탁기의 차이는 기술력 발전에 따라 이뤄진 만큼 큰 틀에서 볼 때 수동과 자동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액티브워시가 아이디어 제품이라고 강조해왔다. 세계 최초라는 문구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액티브워시 출시 이후 애벌빨래 기능 도입 아이디어를 인도에서 얻었다고 밝혀왔다. 인도 지역에서 빨래를 하는 주부들을 관찰, 애벌빨래를 한다는 점에 주목해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윤부근 사장이 시제품을 보지도 않고 사업을 추진한 건 처음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글로벌 세탁기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세계 최초'라는 카드가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세탁기시장에서 1위 업체가 아니다. 2~3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기보다 따라가는 입장이다. 기술 선도를 통해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세계 최고'란 수식어는 매력적인 카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가전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월풀과 일렉트로룩스와 경쟁해야 하고 LG전자와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중국 하이얼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기술 선도를 앞세워 소비자의 마음을 차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액티브워시의 세계 최초 논란에 대해 "액티브워시는 세탁통 위에 워터젯 급수장치 설치돼 과거 물을 떠서 애벌빨래를 한 제품과 다르다"며 "해석에 따라 논란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드럼세탁기가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아이디어 상품으로 일반세탁기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통신사에서 세계 최초라는 문구 사용을 두고 시끄러웠다"며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마케팅이 자칫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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