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잇따른 악재로 연임 위기?
기사입력| 2015-02-17 10:25:33
하나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김정태 현 회장(63)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무산으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3월 26일 김승유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3년 임기의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말까지다. 김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16일 첫 회의를 열고 새 회장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회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 후보로 김정태 현 회장과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 정해봉 하나카드 사장 등 3명을 선정했다. 회추위는 오는 23일 이들 3인을 상대로 면접을 본 후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나머지 2명의 후보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1년부터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도입, 주로 내부 인사 중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선정한 뒤 매년 검증작업을 벌이며 별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무산으로 김 회장의 책임론 제기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2월들어 마지막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만원대가 붕괴되며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6일 종가는 2만8950원. 하나금융 주식의 3만원대가 붕괴된 것은 지난 2011년 9월 이후 3년 5개월여만이다. 법원이 지난 4일 하나금융지주 측에 "오는 6월30일까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 3만원대 붕괴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금융권과 증권가에선 김정태 회장이 워낙 조기 통합에 자신감을 보이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조기 통합이 올 상반기 중으로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주가도 하락세라는 분석이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을 통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난 2012년 2월 17일,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 금융위원회, 외환은행의 수장들이 모여 서명한 문서에는 외환은행은 향후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강력 반대하자 절충안으로 2017년 2월까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안이 만들어졌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보증해준 것이다.
김 회장은 이 같은 합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기 통합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 지난 1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통합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2012년 2월17일의 합의서는 아직도 법적인 효력이 있고 당장 통합을 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만한 현저한 금융환경의 변화가 없다"며 통합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김정태 회장이 충분한 법적인 검토 없이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한 것이 화근을 불렀다"면서 "김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은 해가 지날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실정이다.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2년 6671억원, 2013년 4443억원, 2014년 3651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8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하나금융지주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외환은행 실적악화의 1차적인 책임은 외환은행 경영진에게 있다"면서 "하지만 외환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이 결국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 외환은행의 400억 지급 몰랐을까?
지난 1월초 외환은행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론스타에 4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것도 김정태 회장에겐 '악재'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외환은행 법인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론스타에 주지 않아도 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론스타코리아의 유회원 대표는 지난 2003년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헐값에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가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2011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반면 함께 기소됐던 외환은행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외환카드의 주가조작으로 당시 외환카드 2대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 측이 손실을 봤다며 론스타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 지난 2009년 800억원 가량을 받아냈다. 론스타는 자신들이 배상한 이 금액을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싱가포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중재판정을 받아 외환은행은 1월초 론스타에 400억원을 지급했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이번 검찰고발 건과 관련, "외환은행의 400억 론스타 지급건은 외환은행과 론스타 간의 문제로 순전히 외환은행의 판단에 의해 지급이 이뤄진 것이며 하나금융지주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연 400억원의 거액을 지불하면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와 상의를 하지 않았을지 검찰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무산된 것과 관련, "현 상황은 하나의 회사에 똑같은 일을 하는 사업부가 2개가 있는 모양새"라며 "조기 통합을 하면서 얻는 이익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법원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7월부터 다시 조기 통합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