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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의 재계 인사이트] '신동주 사태'의 롯데가(家), 1998년 현대가(家)와 데자뷰

기사입력| 2015-01-13 09:22:3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3)의 장남인 신동주씨(61)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모든 자리에서 잇달아 해임되면서 롯데그룹 후계 구도에 대한 구구한 억측이 나돌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옛 현대그룹의 후계 구도 변화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을 이끌어왔고, 한국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60)이 경영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 회장이 한·일 양국의 롯데를 모두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해지고 있다.

▶"전문경영인에 밀렸다"(日) vs "신격호 총괄회장 격노시켰다"(韓)

일본 산케이신문·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일본 롯데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 제과업체인 롯데의 이사, 아이스크림업체인 롯데아이스의 이사에서 각각 해임된 사실이 지난 5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지주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에서 물러나면서 한·일 롯데그룹 경영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 뿐만 아니라 한국의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의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양국 롯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신 전 부회장이 이런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해임됐기 때문에 산케이신문은 '추방(追放)'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오너 일가인 신 전 부회장의 퇴진은 신 총괄회장 결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임 이유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의 사장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인 츠쿠다 타카유키씨(71)와의 의견 충돌 때문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재계·증권가에서는 뭔가 신 총괄회장을 격노시킨 것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의 임·직원들은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을 넘본다든지 쿠데타와 같은 행보를 취했기에 전격 해임시켰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정보제공업체의 한 대표도 "신격호 총괄회장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후반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롯데제과 지분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말 증권가 일각에서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한국 롯데그룹의 레저 부문을 떼어달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공시된 롯데알미늄 사업보고서에는 신 전 부회장의 역할이 '그룹 회장'으로 표기돼 있었다. '자문'이라고 지난 8일 정정하기는 했지만 신 전 부회장이 물밑에서 롯데알미늄은 물론이고,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즉, 신 전 부회장이 성장세가 멈춘 일본롯데의 한계를 알고는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기를 원했고, 실제 했을 수도 있다는 것.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 다 맡을 듯" vs "광윤사 등 지분 향방 더 지켜봐야"

재계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근 일련의 행보가 과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당시 80대 중반으로 연로한 정 명예회장은 기존 현대그룹 후계 구도를 크게 뒤흔들었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당시 현대그룹 회장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삼남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의장을 현대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롯데그룹 후계 구도가 옛 현대그룹처럼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신 총괄회장은 28%, 포장자재 판매업체인 광윤사가 2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20% 가량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광윤사의 지분도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의 지분만 있으면 한·일 롯데를 모두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일단 신 총괄회장 지분이 신 회장에게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신 회장은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최근 일련의 사건 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 롯데마린스의 구단주 대행을 신 회장에게 맡긴 것이 그 근거다. 구단주 대행을 시킨 것은 신 총괄회장이 오래전부터 내심 한·일 롯데를 모두 신 회장에게 맡기려 한 것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 한국 롯데는 "연합뉴스나 일본 신문 등을 통해서 아는 것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 측도 "회사 기밀에 관한 것으로, 대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의 전직 사장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3개사 이사에 해임됐다는 보도가 나온 후 "현 시점에서는 후계 구도가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으나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마저 해임되자 "(후계 구도 변화를) 전혀 알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권 접수 조짐은 더 있다. 지난 9일 일본에 있던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들어오자, 반대로 신 회장은 지난 10일 일본을 방문한 것. 한국 롯데는 "업무 출장으로 보인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 해임 건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롯데가 신 회장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상징적인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노여움'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동안 90대에 접어든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끊임없이 돌았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2013년 고관절 수술로 앓아눕기도 했다. 결국 이사나 부회장 해임 건은 후계 구도에 전혀 영향이 없기에 지분 향방을 봐야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의 보유 지분 향방에 관계없이 신 총괄회장 사후에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어쨌든 롯데가(家) 후계 구도는 올 한 해 재계와 증권가를 뜨겁게 달굴 핫 이슈임은 분명하다. 경제에디터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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