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 구속으로 존폐 위기?
기사입력| 2015-01-06 09:17:09
고속도로 휴게소 재벌로 알려진 알짜배기 중견기업 대보그룹의 최등규 회장(67)이 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지난해말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새해 벽두부터 대보그룹은 오너의 구속으로 충격에 빠졌다. 검찰은 최 회장이 200억원대를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대보그룹이 군·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정황까지 포착했다. 자연스레 검찰의 칼날이 대보그룹의 불법 로비를 겨냥할 것으로 보여 불똥이 군·정·관계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게이트로 비화될 경우 대보그룹은 존폐 위기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최등규 회장 211억원 횡령 등 혐의로 연말 전격 구속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최등규 회장을 211억여원의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했다. 일단은 횡령 혐의다. 문제는 이 비자금으로 계열사인 대보건설이 군 관련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군 관계자와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검찰은 대보건설이 군 건설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를 받았다며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인 지방 대학의 허모 교수를 구속했다. 허 교수는 대보건설이 2011년 경기 이천의 육군항공작전사령부 관사 건설공사 수주 과정에서 대보건설에 유리한 의견을 제시하는 대가로 2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대보건설 부사장, 대보실업 전무 등 대보그룹 임직원 3명도 구속했다. 이들은 이천 관사 건설공사에 참여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들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수억원을 회사로부터 전달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다. 이 불법 로비 자금은 모두 최등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한 최 회장은 빼돌린 비자금으로 로비 자금 외에 자신과 자녀의 대출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보건설은 지난 2011년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0억원 규모의 이천 육군항공작전사 관사 공사를 따냈다. 당연히 검찰은 대보그룹뿐만 아니라 공사 발주처인 국방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검찰은 허 교수 외에 다른 특별기술심의위원에게도 대보그룹의 로비자금이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게이트로 사건이 커질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문제의 이천 관사는 대보건설이 부실시공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사인 아파트를 지으면서 시공사가 철근 수십여톤을 누락시켰고, 시공 증명자료 조작 등을 벌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게이트로 확대되면 존폐 위기 맞을 듯
대보그룹은 1981년 충남 보령에서 창립한 대보실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과 건설, 골프장 사업 등이 주력 분야다. 특히 고속도로, 국도, 철도, 지하철, 고속철도 등 대형 국가기간사업인 관급공사를 주로 수주하며 급성장했고, 지난 2013년엔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최 회장은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한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내실을 다지며 그룹을 탄탄하게 만들어 중견기업으로 일궈냈다.
그러나 그룹 성장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도공)와의 끈끈한 관계는 항상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도공의 자회사였던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대보그룹이 인수해 대보정보통신으로 개명하고, 고속도로 정보통신 관련 공사 및 납품 독점체제를 구축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휴게소 등 고속도로 편의시설 입찰에 자회사를 동원하고, 도공 출신 고위급 인사를 대보정보통신으로 재취업시키는 등의 '전관예우' 문제를 지적받았다. 대보그룹은 도공 출신 간부들이 곳곳에 포진해 도공의 비호 아래 휴게소 재벌로 성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만약 검찰이 대보그룹과 도공과의 관계까지 수사를 확대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도공과의 유착관계에 있는 대보정보통신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와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최 회장의 비자금은 대보정보통신 임·직원들에게 월급, 상여금 등을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조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비자금 불법 조성의 주축이 대보정보통신인 셈이다. 문제의 대보정보통신은 매출의 40% 가량을 도공을 통해 올리고 있다. 그런데 도공은 대보정보통신의 지분을 19%나 소유하고 있다. 지나친 일감 몰아주기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만약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황까지 포착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대보그룹은 주력 사업에서 상당한 차질을 빚으며 존폐의 위기와 맞닥뜨릴 수도 있다. 한편 대보그룹은 본지의 취재에 대해 "아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