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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의 재계 인사이트] '천수답 경영' 권오준 포스코 회장, 존재감은 언제쯤?

기사입력| 2015-01-06 09:32:01
최근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포스코 주가에 대해 재계와 증권가에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경기 불황에 따른 불가피한 실적 부진 때문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지난해 3월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자질을 거론하기도 한다. 최고경영자(CEO)라기 보다는 철강 전문가에 가깝다는 것. 덩달아 철강시황이 좋아지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포스코나 권 회장의 '천수답(天水畓) 경영철학'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3월 4일 27만25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권오준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신임 CEO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반등해 지난해 9월 12일 36만1000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결국 5일 27만9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주가는 한창 철강 경기가 좋을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최근 6년간 최저치다. 지난 2007년 10월 2일 76만5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포스코는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10월 24일 24만2000원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정준양 전임 회장은 철강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렸다. 정 전 회장 시절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등 본연의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에 치중했다. 그러나 이런 문어발 확장으로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재무구조만 나빠졌다. 결국 실적 부진, 정권과의 '코드' 불일치 등으로 정준양 회장은 퇴진했다.

정 전 회장 자리를 물려받아 신임 CEO에 임명된 권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기술연구소장을 거친 철강 전문가다. 때문에 철강 본연의 사업에 더 매진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았다. 예상대로 권 회장은 취임 후 철강 경쟁력 강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광양제철소 LNG터미널, 포스코엠텍 도시광산 사업, 포스코-우루과이 등을 매각키로 한 것. 그러나 포스코특수강과 포스화인 외에는 매각이 지체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말 45.7%였던 포스코의 부채비율(부채/자산, 연결기준)은 지난해 9월말 46.6%로 오히려 다소 높아졌다. 권 회장 취임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쳤지만, 아직까지 나아진 것이 없었던 것. 이 때문에 2010년 이후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이 줄줄이 포스코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뒤 좀처럼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권 회장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는커녕 지난달 중순 중공업 설비 제조업체인 포스코플랜텍에 29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2008년 이후 2010년 179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뿐,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015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말 포스코 주가가 연일 하락한 것은 권 회장의 이런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외 철강 사업도 좀처럼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의 합작 제철공장에서 화재까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월 잇달아 인도-인도네시아 정상을 만나 포스코의 해외사업을 직접 지원사격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최근 들어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권 회장의 CEO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뭔가 방향을 세워 주도면밀하게 포스코를 이끌고 나가야 하지만 '권오준 스타일'은 여전히 백지상태에 가깝다는 것. 특히 '권오준 회장이 연임에 뜻이 없다'는 소문이 포스코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10대 그룹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하는 한 임원은 "권오준 회장이 연임 의사가 없어 일을 의욕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재계와 정치권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의 임기는 2017년 3월 17일까지 3년이다. 과거 포스코 회장은 연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전전임자인 이구택 회장은 '노무현 정부' 집권 초반인 지난 2003년 3월 포스코 회장에 선임된 뒤 2007년 2월 주총에서 2010년 2월까지 3년 임기로 연임됐지만 정권이 바뀐 뒤 2009년 임기를 1년 남기고 하차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정준양 회장은 연임 의사가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로 바뀐 뒤 뜻을 접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에 대통령 선거가 열려 연임하더라도 곧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오기 때문에 마음을 비운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5년 임기인 대통령이 집권 3~4년차에 접어들면 레임덕에 빠지듯이 연임 의사가 없는 권 회장도 올해나 내년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 회장이 의욕적으로 밑어붙인 것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출신인 정동창씨를 대외협력실장(전무)으로 기어이 임명한 것. 정 전무는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지난해 6월 입사가 보류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관피아 논란이 잠잠해지자 정 전무를 영입한 것. 경북 영주 출신인 권 회장과 정 전무가 경북 동향 출신이라는 점이 더욱 논란을 낳고 있다. 1959년생인 정 전무는 경북 영덕 출신으로 대구 대륜고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영주(경북) 라인'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결국 포스코 회생에는 노력을 안 기울이고, 자신이 챙겨야 할 사람들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다'는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포스코 회장은 연임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취임 1년도 안 돼 연임 자체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실적부진과 관련 "철강 시황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홍보실의 공식적인 멘트라 CEO인 권 회장이나 포스코의 경영철학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투자자문사의 한 대표는 "철강 시황에 따라 실적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는 것은 CEO가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얘기와 똑같다"면서 "천수답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포스코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 있는 CEO가 아니라 (철강 시황이 좋아지도록 굿을 잘하는) '무당'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영화됐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국가기간 사업을 하는 공기업인 한국전력 등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국민기업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 다닌다. 주주는 물론이고, 정치권이나 일반 국민도 포스코나 권오준 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비쳐지는 데다 아직까지 '존재감'마저 없는 권 회장이 2년차에 접어드는 새해에는 포스코를 회생시킬 수 있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지 사뭇 궁금하다. 1월 초중순에 있을 정기인사에서 '영주(경북) 라인'이 득세할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경제에디터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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