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땅콩 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여론악화에 결국 보직에서 물러나
기사입력| 2014-12-09 20:58:59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뒤 직접 사과 한마디 안하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결국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다.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전격적인 퇴진 결정에 따른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 참석 후 9일 오후 귀국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인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
이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한 조 회장은 "(조현아 부사장이) 업무수행 중이었지만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임원들과 함께 모든 과정을 조사한 뒤 향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대한항공은 공식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는 임원으로서 행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으나, 조양호 회장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조 부사장의 보직 퇴진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현아 부사장은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우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후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업무에서 손을 떼지만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한다.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도 계속 맡는다. 따라서 "임시방편으로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 아니냐. 시간이 지나 다시 업무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도 벌써 나오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5세에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7년만인 31세에 임원이 되어서 일약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간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직을 맡아왔다.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이륙 전 승무원이 견과류를 봉지째 서비스한 방식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8일 "승객분들게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린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이 또한 오히려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조 부사장을 옹호하는 듯한 사과문을 놓고, "대그룹 홍보팀이 오너일가 입장만을 대변하는 곳이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또 이 사건은 영국 BBC,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해외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으며, 9일 참여연대가 항공 관련 법규 위반 혐의로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