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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의 싹쓸이 영업의 힘 '리베이트' 논란

기사입력| 2014-12-04 11:42:23

롯데면세점 리베이트 문건. (자료제공=윤호중 새정치민준연합 의원실)

롯데·신라면세점 등 재벌이 운영하고 있는 면세점이 여행사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지급하며 싹쓸이 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중소면세점들과 상생을 하겠다고 강조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런 재벌면세점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영업행태로 인해 중소면세점들은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면세점들은 리베이트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불법이 아닌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의 입장은 다르다. 리베이트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재벌 면세점의 이런 움직임이 재벌 오너가 경영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리한' 행보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오픈하면서 리베이트 논란 중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여행사 매출왕 프로모션을 진행, 총 2억여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월드타워점 오픈 기념 프로모션'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면세점은 해당 프로모션을 위해 지난 10월 13일 롯데면세점 중국·동남아판촉팀이 중국 인바운드(inbound·외국인 상대 여행사업) 여행사에게 리베이트를 어떤 형태로 지급할지 등을 문건에 명시해 전달했다. 윤 의원은 "문건을 통해 재벌 면세점의 무차별 리베이트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6일 제2롯데월드에서 오픈한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은 롯데그룹의 오너일가가 야심차게 추진한 제2롯데월드에 입점해 있는 곳인 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0월 16일(오픈일)부터 12월 31일까지 77일 동안 월드타워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여행사 5곳을 선정, 순위별로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1등은 1억원, 2등은 5000만원, 3등은 3000만원, 4등은 2000만원, 5등은 1000만원 등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인기를 얻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태로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월드타워점 오픈 기념 프로모션'이 기존 리베이트 외에 추가적인 리베이트를 지급하기 위한 행사라는 점이다. 롯데면세점은 통상 여행사에 7~8%의 리베이트를 지급한다.

롯데면세점은 여행사뿐 아니라 여행가이드에게도 상당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롯데면세점의 '중국·동남아 여행사 가이드 인센티브 지급 안내' 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 한 달간 소공동점·잠실점·코엑스점 3개점을 합친 매출을 기준으로 여행가이드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매출 기준은 월 20만달러, 15만달러, 13만달러, 10만달러 등 19단계다. 여행가이드가 월 20만달러를 올리면 1000만원(매출 대비 리베이트 4.88%·원달러 환율 2014년 8월 기준), 15만달러는 800만원(5.21%), 13만달러는 500만원(3.76%), 10만 달러는 420만원(4.10%)의 리베이트를 준다. 매출 하한선은 월 3000달러로, 리베이트는 15만원(4.88%) 등이다.

▶신라면세점도 이중으로 리베이트 지급

국내 면세점업계 2위 신라면세점도 롯데면세점과 비슷한 형태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신라면세점은 '여행사 인센티브 안내문'을 통해 롯데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리베이트 관련 내용을 명시, 발송했다. 2장으로 구성된 안내문에는 매출별·구매객별 리베이트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대상점은 신라면세점 서울점, 기간은 지난 10월 1일부터다. 종료일은 없다.

이 안내문에 따르면 월 구매객이 50명 이상이면 상당한 '리베이트'를 지급한다.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여행객 수만큼 리베이트를 제공, '두(頭)당 셈법'이 적용된다. 예컨대 A여행사가 유치한 요우커 50명이 신라면세점(서울점)에서 총 7만달러(구매객 평균 1400달러)어치의 물품을 구입할 경우 신라면세점은 1명당 8만4000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한다. 여행사로선 420만원(8만4000원×50명)의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다. 구매객 수가 50명 미만이라도 리베이트를 지급한다. 구매객이 50명 미만일 경우 월 매출을 25만달러, 15만달러, 10만달러 등 7개로 분류해 차등적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월 25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면 리베이트는 1000만원, 20만달러는 800만원, 15만달러는 525만원 등이며 월 매출 3만달러가 하한선으로 리베이트는 90만원(2.83%)이다.

▶재벌면세점 "불법 아니다" vs 정치권 "법적 근거 있다는 주장 거짓"

일단 재벌면세점들은 여행사를 상대로 한 리베이트 지급 영업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점업체가 여행사와 여행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알선수수료(리베이트)의 근거는 관광진흥법 제38조, (구)관광사업법 제2조제2호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경품고시를 근거로 들기도 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간 거래에 있어 리베이트는 있을 수 있는 만큼 불법적이지 않다"며 "현재 고객유인을 위한 판촉비, 수수료 등이 부당성을 갖추기 위한 명확한 금액 기준은 없지만 현재 존재하는 유일한 기준은 소비자 경품고시 상에 있는 '예상 매출액의 3%를 초과하면 과도한 경품이다'라는 정의에 비춰 볼때 월드타워점 프로모션의 2억원 경품은 과대한 이익 제공을 통한 고객 유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보세판매장·지정면세점·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 등 사전면세점과 외국인관광객 면세판매장과 같은 사후면세점이 (구)관광사업법 제2조제2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문체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리베이트의 법적 근거가 있다는 재벌면세점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구법(舊法)을 근거로 리베이트의 합법성을 운운하는 건 비상식적이란 지적이다. 윤 의원은 이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베이트가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선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자본력을 앞세운 재벌면세점의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형태가 중소면세점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