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타벅스 내국인 차별논란, 알고보니 KT가 문제
기사입력| 2014-11-19 09:22:58
스타벅스가 무료 와이파이(WiFi)를 이용하려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국인과 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논란이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겁게 번지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개인정보 다 입력하고 와이파이 사용하면 호갱'이라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 그런데 '스타벅스 내국인 차별 논란'은 스타벅스가 아닌 와이파이 서비스를 스타벅스에 제공하는 KT가 '문제'였다. 특히 "해킹 가능성을 대비한다"는 KT 해명에 국내 소비자들은 KT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도대체 스타벅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타벅스 와이파이 이용 외국인과 국내 소비자 차별
발단은 이렇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쓰려는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인에 비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와 이용 이통통신사까지 다 입력해야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인은 메인화면에서 '영어' 버튼을 누른 뒤 간단히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하면 된다.
더욱 황당한 건 이 과정에서 가짜 이름이나 존재하지 않는 계정을 입력해도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외국인은 누구나 쉽게 가짜 이메일로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내국인은 본인 개인정보를 다 제공해야하는 상황을 감수해야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이 최근 온라인 게시판을 타고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스타벅스가 영어 대신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역차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요즘처럼 개인정보 제공에 민감한 상황에 내국인에게만 엄격한 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는 "현재 KT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매장 방문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과정에서 와이파이 서비스 운영자인 KT의 원칙을 우리는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내부 정책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
논란의 뒤에 있었던 KT는 현행법을 이유로 변명을 하고 있다. 외국인, 내국인 차별이라는 주장과 관련, "주민등록번호 사용금지가 되면서 확인할 수 있는 최소 정보를 남긴 상태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 간 정보차이로 발생한 것이다. 관계법령상 외국인 고객은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인데다 휴대폰이나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는 경우도 많아 이메일로만 인증을 하고 있다"며 "실제로 외국인 전화번호는 정보로서 확인 가능한 값이 아니며 차별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해킹 가능성 때문"이라는 KT 해명에 국내 소비자들 분노
그러나 '한국인 역차별' 논란은 KT 등의 해명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 외국인 전화번호가 정보로 의미 없다고 KT는 주장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메일의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가짜 계정으로도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하므로 이메일은 정보로서 더욱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해킹 같은 보안 사고에 대비해 최소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설명에 분노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내국인은 해킹의 가능성이 있고, 가짜 이메일을 입력한 외국인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T 측은 스타벅스와 함께 긴급히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특히 소비자들이 휴대폰 번호 입력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을 감안해 이메일 인증을 강화하는 방안, 수집 정보의 종류를 줄이고 내외국인 인증 절차의 형평성을 맞추는 안 등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고객들이 최대한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도 따라야하므로 사전에 검토해야할 사항이 많다"며 "가능하면 연내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KT뿐 아니라 SK, LG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고객도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을 택하는 과정에서 관계법에 충실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후 고객 편의와 보안 관리라는 면을 다 고려해서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