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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동빈 롯데 회장 계열사 사고에 '사면초가'

기사입력| 2014-04-22 10:44:06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황이 딱 이렇다. 신 회장은 2012년 2월 경영전면에 나섰다. 그런데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공교롭게도 그룹 내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5월에는 계열사 문제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피소되기도 했다. 신 회장이 공정위에 피소됐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의 문제는 계열사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반응은 다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계열사 문제가 협력업체에 대한 '갑의 횡포'에서 비롯되는 만큼 상생을 외쳤던 경영능력 부재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일례로 공정위에 신 회장이 피소된 사안이 '갑의 횡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원이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수수로 구속된 것도 '갑의 횡포'에서 비롯됐다. 회장님은 앞에서 상생을 외치지만 뒤에선 협력업체에 대한 핍박이 행해진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푸드 협력업체 찍어내기 의혹

공정위에 롯데 관련 진정서를 제출한 업체는 2004년 롯데푸드의 납품계약을 맺은 곳이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롯데삼강이 롯데햄, 파스퇴르 우유와 통합해 사명을 바꾼 종합식품회사다. 당시 롯데푸드의 협력업체는 강원도 강릉과 전남 장성 등에 있었다. 협력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천안 공장으로 옮긴 후 대리점에 납품해야 했다. 물류비가 많이 들어가는 상황. 롯데푸드는 물류비 등을 고려, 아산의 H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조건으로 단독 거래를 요청했다. H사는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아 '맞춤형' 생산 설비도 갖췄다. 그러나 롯데푸드가 약속을 어기고, 기존의 물량마저 줄이면서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H사의 주장이다.

H사는 2010년 거액을 투자해 자체 제작한 생산 장비라도 되사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성능이 회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롯데푸드는 H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인 동시에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해당 업체와 지속적인 대화를 해왔고, 회사에서 물량을 몰아주기로 했다는 것은 H사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H사가 먼저 납품 제안을 했고, 2009년 거래 관계가 끊어졌을 때도 H사가 일방적으로 회사에 통보했다"며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요청이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달라 보인다. 2012년 롯데푸드 생산지원실은 '외주 중장기 운영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2011년부터 외주업체를 5곳에서 4곳으로 줄이고, 2010년 12월까지 H사가 HACCP(해썹) 인증을 받지 못하면 운영 중단을 통보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 매입에서부터 제품 생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소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식약처가 마련한 인증 제도다. 식품업체는 매출이나 종업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시 H사의 해썹 인증 기간은 2012년 12월까지였다. H사는 "문건이 작성된 2010년 2월 전후로 롯데푸드는 두 차례 임원 회의를 개최했다"며 "당시 회의에서 H사를 협력업체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까지 논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다. 조사 중인 사건인 만큼 관련 내용의 언급을 꺼리고 있다. 조사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월 롯데제과 협력업체 정리 문건 관련 협력업체 찍어내기 등의 '갑의 횡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일부 식품 계열사가 롯데제과의 협력업체 문건을 참고해 정리작업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사건사고에 그룹 위기감 팽배

롯데그룹은 올해 계열사를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은 올 초 국세청으로부터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롯데카드의 경우 고객 26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터졌다. 무엇보다 롯데홈쇼핑의 납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롯데그룹은 4월7일 롯데홈쇼핑 비리 의혹과 관련해 발빠르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비리로 얼룩진 기업 이미지 회복에 나섰다.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나 사업부문에 대한 감사에도 착수했다. 감사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진행 중이다. 롯데홈쇼핑 임직원의 비리 관련 보고를 받은 신동빈 회장이 크게 화를 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 회장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4월8일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12층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제2롯데월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43층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했고, 2월에는 공사장 47층 용접기 보관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올 초 김치현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롯데건설 대표를 교체한 이후에도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그룹 오너일가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의 5월 임시 개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롯데그룹의 사건사고가 계속되는 것을 두고 내부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신 회장이 2004년 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한 이후 무리하게 외형을 키웠던 만큼 위험요소를 항상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롯데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내부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의 계열사는 41개에서 77개로, 종업원 수는 4만5000여 명에서 8만5000여 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전 대한화재보험)과 GS마트·백화점, 처음처럼, 그랜드백화점, 하이마트 등 최근 10년간 롯데그룹이 인수합병한 기업은 20여개에 달한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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