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금융계, 이젠 구조조정 태풍이다
기사입력| 2014-04-20 15:04:10
금융권의 구조조정 태풍이 시작됐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최근 직원 1000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직원 6700명의 15%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삼성생명 뿐만 아니라 금융권에 구조조정 태풍이 불어닥칠 것을 예고한 발표다.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회사 및 계열사 이동, 희망퇴직 등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사내 게시판에 붙였다. 보험업계 1위이자, 삼성그룹에서 현금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를 금융권에선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카드까지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 역시 삼성생명의 구조조정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직원 중 500∼600명을 본인의 동의를 받아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는 보험금 심사, 고객 상담 등의 업무를 하는 곳으로 삼성생명보다 임금과 복지혜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측은 이직을 할 경우 일정 기간 현재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또 삼성전자, 삼성화재 등의 계열사로 이동하는 방안도 있다. 이들은 현재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된 일을 맡게 될 예정이다. 계열사 이동 외에 보험 대리점 대표, 교육 강사, 텔레마케팅 컨설턴트 등 아예 퇴사 후 새로운 직업을 원하는 희망퇴직자도 모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경제환경에 따라 선제적 대응이란 취지로 5월까지 인력 이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인력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한화생명 역시 5년 만에 인력축소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 신청을 받았다. 직원이 퇴직 후 창업이나 구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퇴직자에게는 퇴직금 외에 평균 임금의 30개월 치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한다. 또 일정기간 건강검진, 경조금 지급등의 복지제도를 유지시키고 복지 포인트, 학자금 등은 일괄 지급하는 유인책을 내놨다.
증권사들의 구조조정도 이미 시작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11일 임원 6명을 줄이고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임원 5명은 보직을 면하고 1명만 삼성카드로 전출시켜 총 6명을 감축한 셈이다. 희망퇴직은 전체 임직원의 10~20% 수준인 300~5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대형지점을 중심으로 점포체계도 전면 개편할 방침이어서 바뀔 점포체계에 따라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4월 안에 인력 감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근 NH농협금융지주가 인수한 우리투자증권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인수와 동시에 일찌감치 우리투자증권의 임직원 중 500~1000명을 내보낼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는 상태다. NH농협금융지주 산하에는 NH농협증권이 이미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우투증권 인수 후 사업계획을 준비 중으로 인력 감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역시 부인도 하지 않는 상태다.
하나대투증권도 부부장 이상의 3년 이상 근속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역시 원활한 매각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은행권 역시 인력 감축의 태풍을 피해갈 수 없다. 올해 초 SC은행은 350여개 점포를 100개로 줄이면서 200여명을 명예퇴직 형태로 구조조정을 했다. 점포 축소를 통해 자연스런 인력 감축을 진행하는 셈이다. 올해 국민은행도 55개 점포를 줄였고, 신한은행 역시 49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씨티은행 역시 지점 중 25%를 통폐합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권은 도덕적 해이에 따른 금융사고와 개인정보 불법유출 등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고, 정부의 강력한 질책과 개선 방안 요구로 피로도가 상당히 쌓여있다. 금융권이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도 인력 구조조정이란 가시밭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