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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한국 임직원 100억대 횡령, 수법도 대담
기사입력| 2014-04-15 15:21:06
올림푸스한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법인 대표 등 임직원들이 100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기소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횡령사건은 대부분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활용된다. 그러나 올림푸스한국 경영진들은 횡령을 통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경영진의 모럴해저드와 내부 경영관리 시스템이 허술한 게 맞물려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경영진 중 일부는 상대방의 횡령 사실을 확인, 시정을 요구하기는커녕 더 많은 금액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15일 10억원 대의 법인세 포탈혐의 등으로 방일석 전 대표와 장모 전 재무담당 이사, 어모 전 총무담당상무이사, 문모 전 재무팀장, 박모 전 총무팀장 등 5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방 전 대표는 2005년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27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 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올림푸스타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상무이사였던 어모씨(54·구속기소)와 총무팀 차장이었던 박모씨(42·구속기소)에게 지시해 공사비를 부풀린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방 전 대표는 이 중 15억원을 상납받아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나머지 12억원은 어 전 이사와 박씨가 나눠 가졌다.
방 전 대표는 판촉물 인쇄대금 명목으로 2억8000여만원을 빼돌렸고, 사규에 없는 퇴직위로금을 만들어 자신의 측근에게 5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방 전 대표가 영업실적을 조작, 본사로 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 전 대표는 일본 올림푸스 본사에 경영능력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2008∼2012년 매출액을 조작했다. 방 전 대표는 매출액 조작을 통해 높은 경영능력평가를 받아 2011년 외국인으로 유일하게 일본 본사 집행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다. 내부 경영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는 올림푸스한국의 내부 비리 문제를 더욱 키웠다.
검찰 조사결과 방 전 대표 이외의 경영진들이 방 전 대표의 비리를 눈감았다. 오히려 방 전 대표의 횡령을 곁에서 지켜보며 더 많은 금액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모 전 재무담당 이사는 부하 직원들과 짜고 방 전 대표 몰래 6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사옥 공사 시행업체와 인쇄업체 등을 통해 자금을 빼돌렸고, 가족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 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회사자금을 빼돌려 전달하던 부하 직원들이 방 전 대표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오염돼 오히려 더 많은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부분의 횡령 자금을 부동산 구입, 주식투자, 유흥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국세청의 고발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들이 13억원이 넘는 법인세를 내지 않은 사실도 확인하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법인세 포탈 혐의로 함께 기소해야 하는 올림푸스한국 법인에 대해서는 횡령 범행의 피해자인 데다 탈루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한편, 올림푸스그룹의 한국법인인 올림푸스한국은 디지털 카메라·렌즈 등 영상 기기와 의료용·산업용 내시경, 현미경 등 광학 전문 기기들을 판매하고 있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