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재기 노리는 윤석금 웅진 회장, 경영권 승계 논란 등 첩첩산중
기사입력| 2014-04-14 21:21:43
'샐러리맨 신화'의 대명사 윤석금 회장. 백과사전 영업사업으로 시작해 30여년 만에 웅진그룹을 재계 서열 30위로 키워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비운의 종지부를 찍는가 했더니, 요즘 다시 재기를 향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고, 윤 회장도 경영 일선에 빠르게 복귀했다. 1980년 7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세운 출판사를 자산규모 8조8000억(2011년 기준)의 대기업으로 키워낸 그가 다시 성공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할까. 화려한 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두 주먹 불끈 쥔 윤 회장의 앞에 탄탄대로만이 펼쳐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몸부림이 무위로 그칠 가능성 또한 없다고 말하기 힘들다. 당장 사기성 CP 발행 혐의를 벗어야 하는 것은 물론, 최근 경영승계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세 경영 본격 시동
지난달 말 웅진홀딩스가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 윤형덕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과 윤새봄 웅진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웅진씽크빅 주식 101만2654주(3.50%)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대금은 69억4000만원이며 매각방식은 장외매각이다.
이에 따라 두 형제의 웅진씽크빅 지분은 각각 1.75%로 올랐다. 웅진씽크빅의 현 주주구성상 지주사 웅진홀딩스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앞서 웅진씽크빅은 주주총회를 통해 윤형덕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같은날 웅진홀딩스는윤새봄 웅진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두 형제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계열사 지분까지 확보함에 따라, 웅진그룹의 2세 경영은 본격 시동이 걸린 것이다.
지난해 말 윤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웅진홀딩스 지분 전부를 두 아들에게 매각했다. 이와관련 웅진측은 "법정관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요구와 법원의 관리하에 '대주주의 사재를 출연하여 3자배정 유상증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피해를 줄이자는 것에 합의'된 바 있다. 상기 내용이 회생계획안에 반영이 되면서 자녀분들의 지분을 피해보상에 활용하고자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되었고, 현재 관련 3자배정 유상증자의 자금으로 피해 보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분취득이 법정관리 중 경영 승계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접근엔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
그러나 두 형제의 행보에 무게가 실리며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각각 37세와 35세인 윤형덕 실장과 윤새봄 책임자는 웅진 계열사에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미국 워싱턴대를 나와 2008년 웅진코웨이에 대리로 입사한 윤 실장은 2009년 과장(신상품팀장), 2010년 차장(경영전략팀장)을 거쳐 2011년 2월 부장(경영기획실장)으로 1년에 한번씩 승진했다.저돌적인 업무 스타일이 윤 회장을 많이 닯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을 나온 윤새봄 책임자는 2009년 6월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한 이후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했다. 2010년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장(과장) 등을 지냈으며, 상당히 합리적인 업무 처리력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내 평판은 좋은 편이지만, 이들이 그간 사업적으로 크게 능력을 입증받은 사례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따라서 이번 일련의 과정을 놓고 두 형제를 향한 대내외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으로서 윤 회장이 그간 "이유없는 부의 대물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온 것을 스스로 깼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재벌가의 2세 경영 승계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으며, '결과적'으로 법정관리 기간 동안 2세 경영 승계를 준비한 꼴이 됐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윤형덕 실장의 어깨가 무거운데, 신사업추진 부문을 맡은 윤 실장은 향후 웅진씽크빅의 새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신성장동력, 어디에서 찾나
웅진그룹은 재무정상화를 위해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코웨이(옛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등을 팔았다. 14개였던 계열사가 8개로 줄어들었다. 이중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가 그룹의 재기 발판을 마련해줄 주력회사다. 그러나 교육과 태양광, 두 사업이 처한 상황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일단 교육시장은 포화상태다.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사교육비의 양극화, 저출산 등으로 인해 시장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웅진씽크빅의 매출 또한 속수무책,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7514억원, 2012년 7121억원, 2013년 6488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교육사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어 성장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태양광 사업은 아직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낙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룹을 되살릴 주력 사업으로는 아직 힘이 딸려보인다.
그러기에 전문가들은 웅진그룹의 빠른 재기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웅진그룹은 '방문판매'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윤 회장의 오랜 노하우와 그룹의 장점을 살린 방문판매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웅진그룹이 1년여전에 사업목적에 추가한 화장품사업을 유력한 업종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엔 화장품시장에서 방문판매의 위력이 대단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180도 달라졌다.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은 기본. 소셜 커머스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이용하고 즐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공간을 편하게 생각하는 요즘 20대들에게 오히려 방문판매는 익숙하지 않은 유통채널이다. 과거 방문판매에 강세를 보이던 브랜드들의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이를 입증해준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윤 회장의 성공 신화를 다시 'ing'형으로 만들어줄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을 만들어준 유통채널만을 고수해서는 지금의 난관을 결코 넘어설 수가 없다"며 "윤 회장의 뜻대로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선 단시간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