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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입지 넓히는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 파워 축으로 나서나

기사입력| 2014-03-31 15:52:15
지난달 프로축구계에는 메가톤급 변화가 있었다. K-리그 최고 인기 구단인 수원 삼성이 199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삼성전자 축구단 주식회사'에서 '수원삼성 축구단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경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갔다.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제일기획에는 삼성 그룹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이서현 사장(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이 있다.

크게 보면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접 관할 하에 있던 축구단이 차녀 이서현 사장의 영향력 아래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속을 들여다보면 이서현 사장의 남편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삼성엔지니어링 사장)에게로 눈길이 어어진다.

김재열 회장은 이미 스포츠계 실력자다. '김연아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에 빙상연맹 회장을 맡고 있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삼성그룹은 축구단 소속 변경에 대해 마케팅 일원화와 효율성 제고 차원이라는 선을 긋고 있지만 김재열 회장은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 다음 가는 '삼성가의 스포츠 파워맨'.

김재열 회장의 향후 IOC 위원 출마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질 않는다.

관심은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말부터 삼성가는 계열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일모직은 에버랜드와 삼성SDI에 흡수통합됐다. 그룹내 계열사의 업무, 생산 효율을 위한 작업임을 강조하지만 안팎에선 3세 경영 승계 서막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재열 회장이 미묘한 시기에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품에서 김재열 품으로 간 삼성축구단, 여파는?

삼성그룹은 국내 최대그룹답게 가장 많은 프로와 아마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 야구, 농구, 여자농구, 배구, E스포츠 등 6개의 프로스포츠단과 승마, 육상, 럭비,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레슬링, 태권도 등 8개의 아마스포츠단이 있다.

프로와 아마 모두 각 스포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이병철 선대 회장을 거쳐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지는 '삼성가의 스포츠 애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직접 관전하는 등 자주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일기획이 삼성축구단을 관장하면서 여러가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은 굴지의 마케팅 종합회사로 이미 수원 삼성구단과는 여러 차례 마케팅 이벤트를 같이 했다. 이서현 사장은 2010년 제일기획 기획담당 전무로 부임한 이래 회사를 4년만에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5000억원으로 2009년 대비 2배로 늘어났고, 해외 거점만 39개국으로 글로벌 광고회사 순위도 15위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2011년 칸 광고제에서 국내 최초로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 칸 광고제 역시 9개 부문에서 21개의 본상을 받으며 역대 최다 수상을 이어갔다.

수원 축구단이 연간 3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의 품을 떠나면서 자금력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 있지만 팬 친화적인 이벤트나 마케팅 등 인기몰이는 제일기획이 관장하면 더 매끄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서현 사장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남편인 김재열 회장에게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뒤를 잇는 스포츠계 삼성파워 '원톱'이었지만 지금은 둘째 사위인 김재열 회장이 2011년 빙상연맹을 맡고난 뒤 '투톱'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 김재열 회장의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과묵한 카리스마로 '구단주급'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김재열 회장은 팬들과의 직접 소통도 마다않는 '현장 CEO'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삼성은 IOC 공식스폰서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글로벌 매출에 토대를 둔 지구촌 마케팅 전략에서 스포츠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축이다. 김재열 회장은 더 자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국내외 인지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재열, 이건희 회장을 본보기로 삼나

삼성은 31일 제일모직의 소재사업 부문을 삼성SDI로 흡수통합시켰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에게로, 남아있던 소재사업은 자연스럽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으로 옮겨졌다. 이건희 회장의 삼남매 분할구도는 더 명확해진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 건설, 중화학을 맡는다. 이서현 사장은 패션, 마케팅, 미디어를 관할한다. 이서현 사장과 남편인 김재열 회장은 사업 부문과는 무관하게 경영노하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룹 경영과는 별개로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IOC 위원 타이틀을 누가 잇느냐도 큰 관심이다. IOC 위원은 전세계 115명인데 한국은 이건희 회장과 선수 위원인 문대성 의원 등 2명이다. 이건희 회장은 72세, IOC 위원 임기는 80세.

많은 이들이 차기 IOC 위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차례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가장 유력한 IOC 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김재열 회장이다. 재계에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은 최근 스포츠단 운영을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이나 스포츠 발전 기여 차원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스포츠 관련 마케팅을 개별 스포츠단이 단독으로 수행했는데 올해부터는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총괄한다. 삼성 관계자는 "스포츠단의 활동이 그룹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특히 스포츠는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 어필하는 부분이 많아 그룹의 미래상을 결정짓는데도 관여한다. 그룹에서 이를 통합해 마케팅 전략의 뼈대를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마케팅 전략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부분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열 회장의 '스포츠 행보'가 그룹 경영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김재열 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시장 경직으로 1조원 가량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났다. 김재열 사장의 경영실책이라기 보다는 이전 경영진의 경영판단 실수가 뒤늦게 결과물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바닥을 치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물산과의 합병도 변수다. 이래저래 김재열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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