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뚜기, 일감 몰아주기 후 고배당으로 함씨 오너가 배불려
기사입력| 2014-03-25 23:59:51
식품기업 오뚜기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함태호 오너가에 대한 고배당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으로 꼽히는 오뚜기는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케첩, 마요네즈, 카레, 수프 등 30여개 제품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소스류와 조미식품류에 강한 회사다. 최근엔 라면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며 삼양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라면 시장 2위에 올라섰다.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84)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지난 2010년부터 오뚜기를 이끌어온 장남 함영준 회장이 현재 오뚜기 그룹의 선장이다.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성장하는 오뚜기 행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함영준 회장 취임 이후에도 오뚜기는 식품업계의 불황을 이겨내고 뚝심있게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오르는 경영 능력을 선보였다.
문제는 오뚜기 그룹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올린 후,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오너가에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오뚜기의 일부 계열사들이 2013년 결산배당으로 사상 최대 배당금을 책정했다. 심지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결산배당금을 올리는 곳도 있었다.
참기름, 후추, 와사비 등을 제조, 판매하는 오뚜기제유는 오뚜기가 지분 29%, 함영준 회장이 26.52%를 소유한 회사다. 지난해 512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오뚜기제유는 일감몰아주기로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었다. 오뚜기제유는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SF, 상미식품 등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 대부분이 발생했다. 지난해 매출 중 427억여원이 이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나온 것으로 이는 전체 매출의 83.4%에 달한다. 오뚜기 그룹의 고배당 관행도 마찬가지였다. 오뚜기제유는 2012년 6억원이었던 배당액을 지난해엔 250% 증가한 15억원으로 책정했다. 배당액의 절반 이상은 1대 주주인 오뚜기와 2대 주주인 함영준 회장에게 돌아갔다.
오뚜기물류서비스도 똑같은 과정을 밟았다.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기냉동식품, 풍림푸드,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조흥, 풍림피앤피, 오뚜기삼화식품, 오뚜기SF 등의 특수과계사들과의 내부거래로 지난해 올린 매출액이 664억여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931억여원의 71%를 넘는 비중이다. 오뚜기물류서비스의 지분은 오뚜기가 46.59%, 함영준 회장이 16.97%, 상미식품이 16.61%, 오뚜기라면이 14.76%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의 94.93%를 소유한 오뚜기 그룹과 함영준 회장의 사기업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오뚜기물류서비스는 당기순이익이 전년인 42억여원에서 지난해 39억여원으로 줄었음에도 배당액을 올리는 거꾸로 경영을 펼쳤다. 지난해 배당액은 7억5880만원으로, 전년의 5억4200만원보다 높게 책정해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채웠다.
오뚜기라면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회사였다. 지난해 매출 4601억여원 중 오뚜기,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풍림푸드 등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4581억여원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전체 매출의 99%를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뚜기라면은 함영준 회장이 최대주주로 24.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오뚜기가 24.2%, 함태호 명예회장이 10.9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17억7517만원을 배당액으로 책정해 오너 일가에게 배당을 했다.
오뚜기의 함씨 오너가와 특수관계인 비상장계열사들이다. 결국 비상장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고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린 셈이다.
오뚜기는 100대 기업 중 일감몰이 규제 대상인 43개 그룹에 포함되진 않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시행령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5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기업집단은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높아도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해도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법의 맹점을 피해 오뚜기 그룹이 비상장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와 오너 일가에 대한 고배당을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뚜기는 규제를 받지 않는 그룹 중 계열사의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 3위에 올라 있다. 대주주의 계열사 지분이 42.9%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오뚜기 측은 "일반적인 경영 과정이고, 부정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당 역시 대주주를 위한 배당이 아니라, 경영 성과가 나오면 주주들을 위한 배당을 하는 것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