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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내부고발자, "SK야구단 내홍, 그룹문제 판박이"
기사입력| 2014-03-24 17:22:45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2월 6일 프로야구 SK와이번스 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야구단 사무실과 응원대행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 SK야구단의 문학경기장 위탁 운영자 선정과 전직 고위임원 A씨의 야구단 운영비 억대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다.
한 달 보름여가 흐른 지금까지 강도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SK야구단에 수년간 근무했던 B씨는 의미심장한 증언을 했다.
"비자금 문제 등 제반 불협화음은 그룹의 감사 시스템이 고장났기 때문이다. 2011년 김성근 전 감독의 퇴진 역시 공정치 못한 역학관계가 원인이었다."
B씨는 스포츠조선에 사상 첫 프로야구단 압수수색과 현재진행형인 SK구단의 내홍, 이벤트업체 선정과 선수단 운영비를 둘러싼 잡음 등을 제보했다.
이에 대해 그룹 감사팀은 2013년 3월 한달여 감사를 했지만 시정에 실패, 이를 덮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 배임으로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SK와이번스 역시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경찰조사로 살얼음을 걷는 형국이다. 그룹과 프로야구단의 행보가 판박이다.
▶1년전 부실 감사, 일 키웠다
이번 광역수사대의 압수수색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올해부터 SK 구단이 홈 구장인 문학구장을 포함, 인천 문학경기장의 위탁 운영자가 됐다. 문학 박태환수영장을 제외한 야구장, 축구장, 보조경기장 등 모든 시설물을 SK야구단이 앞으로 5년간 위탁 운영한다. 야구단이 축구장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계약 과정에서 SK구단과 공무원간의 유착이나 비리 혐의 발생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 고위 임원 A씨의 횡령이다. 이는 이벤트 업체 운영 등 야구단의 경비 가운데 일부 자금이 비자금으로 유용됐다는 혐의다.
B씨는 "5년전 새롭게 응원 등을 담당하는 이벤트 업체가 선정됐다. 행사비 등을 과다하게 청구해 이를 토대로 구단과 매끄럽지 않은 거래가 있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는 구단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이 건을 비롯해 여러가지 문제로 그룹 차원에서 감사를 받았다. 의욕적으로 감사실에서 조사를 했지만 결국은 유야무야 됐다"고 했다.
당시 SK그룹 감사실은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다. SK야구단이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식사인원을 부풀려 운영비를 과다 계산한 건에 대한 제보는 오키나와 현지조사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감사 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였다. SK야구단에 대한 시정조치나 해당 직원에 대한 구두 경고조차 없었다.
이에 대해 SK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 감사는 정기감사 성격이었다. 2003년 감사 이후 10년간 그룹 감사가 없었다. 특이사항은 없었고, 이벤트 업체 선정에 대해서는 투명성 제고를 지적받은 정도다. 이 때문에 새롭게 지난해말 프레젠테이션과 공개입찰을 실시해 업체 선정을 했다"고 밝혔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공개입찰 결과 구단 대행업체는 바뀌지 않았다. 원래 하던 업체 그대로다. SK구단 관계자는 "공개 경쟁을 통해 선정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이상 없다. 주위에서 마타도어식으로 구단과 이벤트업체에 대해 무차별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 이벤트 업체간의 과다경쟁이 야구판에서 가장 치열한 것이 현실이다. 없는 일을 꾸며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이벤트 업체 관계자는 "이쪽 업계에서도 SK구단을 두고 말이 많다. 잡음이 있는데도 업체 선정을 그대로 밀어붙일 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결국 일은 터졌다. 1년만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SK그룹이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SK그룹의 내부 감찰 시스템이 충실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룹 감사실은 지난해 감사 당시 일부 직원과의 면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바꿀 마음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겠다"며 의지를 엿보였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이후 제대로 된 감사를 벌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감사실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야구단이 그룹감사에 대해 불순한 세력의 투서로 이뤄졌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는 사이 불충분한 시정의지만 도드라졌다.
최근 기업들은 자체 감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은행의 해외지점 비자금과 카드사의 정보유출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룹 이미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룹 감사의 그물망을 좀더 촘촘하게 엮는다. 최근 기업은행-우리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사건과 현대중공업 직원 비리 등도 기업이 먼저 나서 혐의를 잡고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한 케이스다.
▶SK그룹 기업 문화, 스포테인먼트의 그림자
경찰조사는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011년 김성근 감독의 퇴진이 단순한 팀성적이나 선수단 운영에 대한 이견이 아닌 다른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혔다는 주장이 있다. B씨는 "당시 구단 고위층과 김 감독의 의견대립이 있었다. 이만수 현 감독을 후임으로 내정했느냐 안했느냐로 자존심 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도 문제가 많았다. 가령 예를 들어 선수단 운영비 중 과다하게 잡힌 부분을 김성근 감독이 문제삼은 적이 있다. 김 감독은 그리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다. 구단 고위층은 김 감독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는 껄끄러운 인물로 인식했다.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김 감독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증언했다.
김성근 감독은 2007년 SK와이번스 사령탑으로 취임해 SK를 2000년대 최고팀으로 만들었다. 2007, 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 200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10년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우승 감독을 그 다음해에 바로 내치는 상황이 됐고, 팬들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인천팬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SK구단은 "올해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한 김성근 감독을 그 다음날 해고시켰다.
SK야구단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여부는 경찰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태로 자연히 최태원 그룹 회장의 행보가 오버랩된다. 최 회장은 배임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을 당시 임직원에게 성과급 등을 과다 지급한 뒤 현금으로 이를 돌려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법원에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130억원이 넘는 돈의 사용처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최 회장 변호인단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현금성 경비로 사용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비자금 만들기 구설수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과거 예로 SK그룹의 기업문화를 논하기도 한다. SK그룹은 유공 인수, SK텔레콤 인수과정에서의 특혜시비, SK하이닉스 인수 뒤의 원활한 업황 등 성장과정에서 외부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