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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방패막이 혹은 연고인사 챙기기 사외인사 논란

기사입력| 2014-03-17 16:47:16
주총 시즌이다.

지난 14일 100여개 기업들이 같은 날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것을 신호탄으로 3월 말까지 상장회사들의 주주총회가 줄줄이 잡혀있다. 매년 3월의 주주총회 시즌에서 어김없이 논란에 휩싸이는 '단골 메뉴'가 있다. 신규 선임되거나 재선임되는 사외이사의 적합성 여부다.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방패막이용이거나 연고인사 챙기기 차원의 사외이사 선임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IMF 위기를 겪은 지난 1998년,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킴으로써 대주주의 전횡과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같은 사외이사 제도의 본질은 퇴색된 지 오래다.

▶롯데손해보험, 전관예우 노렸나?

지난 1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롯데손해보험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의 강영구씨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강씨는 감사위원도 겸임하도록 결정됐다.

전형적인 방패막이 사외인사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두 차례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관련법규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롯데손해보험은 올 4월에도 보험계약과 모집에 대한 금지행위로 과태료와 임직원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현실적으로 금융감독 기관에도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앞으로 전직 간부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롯데손해보험의 정기감사 때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에서 전산장애 등 각종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감독당국의 '솜방망이 징계'가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은 이같은 사외이사 선임에 우려스러운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 회사의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사외이사들은 견제기능 없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까지 한해 동안 6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의 사외이사들은 단 한번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일부 인사는 불참한 경우도 있었고,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하나같이 제기된 안건에 찬성표만 던졌다.

대신 보수는 짭짤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사외이사 1인당 3000만원을,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사외이사에겐 4100만원의 보수를 각각 지급했다. 가물에 콩나듯 하는 이사회에 몇 차례 참석하고 받는 보수치고는 아주 괜찮은 셈이다. 사외이사 제도가 다른 한편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연고이사 챙기기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로 홍역을 앓은 롯데그룹의 방패막이 사외이사 기용은 롯데손해보험 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은 오는 2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박동열 전 대전지방 국세청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롯데쇼핑은 대검찰청 감찰부장 출신의 김태현씨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또 롯데제과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송영천씨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롯데케미칼은 대검찰청 차장 출신의 정동기씨를 사외이사로 맞아들인다. 이밖에 롯데칠성은 국세청 감찰담당관 출신의 김용재씨를 사외이사로 후보로 올려놓았고, 롯데하이마트는 국방부 검찰부장 출신의 최영홍씨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롯데그룹이 권력기관 출신을 다수 사외인사로 맞아들여 그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뒷말을 낳고 있다.

▶연고인사 챙겨주기

두산그룹에선 두산엔진의 사외이사 후보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두산엔진은 중앙대 총장을 지냈고 현재 같은 대학 국악과 명예교수인 박범훈씨(66)를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중앙대는 지난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됐고, 박씨는 당시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따라서 두산그룹이 보은 차원에서 이번에 대학에서 정년 퇴직한 박씨에게 자리를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주로 선박용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국악인 출신을 기용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두산엔진 측은 "박 전 총장님은 교직에 오래계셨고 행정경험도 풍부하다. 인문학적 소양도 있으신 만큼 엔진 비지니스 이외에 사회공헌 활동 등에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연고인사 챙기기는 올해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의 경기고 동문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서울대학교 공대 명예교수인 한민구씨를 오는 21일 주주홍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고,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사장과 서울고 동문인 특허법원장 출신의 곽동효씨를 사외이사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견제당하는 것을 싫어해 사외인사들을 본래 목적대로 견제용이라기 보다는 회사의 자원 차원에서 기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았듯이 감독기관 출신의 사외이사가 로비스트 역할을 할 경우 국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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