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두산그룹 '잡음'...캐피탈을 어쩌나?
기사입력| 2014-01-16 15:14:44
두산그룹(회장 박용만)이 연초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두산그룹의 두산캐피탈, 비엔지증권 등 편법적인 금융계열사 보유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재 및 제도개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2009년 지주회사로 전환해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
당시 두산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의 경우 자회사인 두산중공업과 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4.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비엔지증권은 두산캐피탈이 97.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산그룹은 유예기간인 2년 내에 지분을 매각하지 못했다.
두산측은 2010년 11월 공정위에 여전히 법위반 상태에 있던 9건에 대해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공정위는 그 해 12월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캐피탈 주식 및 두산캐피탈이 보유한 비엔지증권 주식 등 4건, ㈜두산이 보유한 네오플럭스 주식과 네오플럭스가 보유한 네오플럭스제1호사모투자전문회사 지분 등 2건, 두산건설이 보유한 네오트랜스 주식 1건 등 총 7건에 대해 유예를 연장해 주었다.
이후 추가 유예기간 연장 만료시점인 2012년 12월 31일자 기준 두산캐피탈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두산중공업 및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4.28%, ㈜두산이 0.43%의 두산캐피탈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결국 추가 유예기간 동안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2013년 8월 공시한 2013년 6월 말 기준 두산캐피탈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두산캐피탈의 최대주주가 기존 두산중공업 및 두산인프라코어에서 DHIA(Doosan Heavy Industries America·두산중공업아메리카) 및 DIA(Doosan Infracore America·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로 변경됐다.
즉, 2013년 5월 28일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유하고 있던 두산캐피탈 지분 각각 400만 주씩 총 800만 주를 모두 현물출자 방식으로 DHIA와 DIA에게 매각해 DHIA와 DIA가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두산그룹은 형식적으로는 두산캐피탈 주식 보유와 관련한 법위반 상태를 해결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오히려 두산측이 명백한 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DHIA와 DIA는 각각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100%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해외 현지법인으로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정이 국내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결국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캐피탈 지분을 각각의 100% 완전자회사에게 넘긴 것은 경제적 실질에서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완전자회사가 해외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정을 회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공정위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위반으로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캐피탈 보유에 관해 각각 7000만원, 28억원, 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두산캐피탈의 비엔지증권 보유에 관해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총 56억39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공정위 제재는 2013년 1월~5월까지의 규정위반에 불과하며 이후 해외계열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것에 대해서는 따로 제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두산그룹은 가벼운 과징금 처분만으로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지주회사등의 행위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을 국내회사가 아닌 해외계열사로 변경하는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 제2조(정의) 제1호의3 및 4의 규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는 '국내회사'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법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공정거래법 제15조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법 제8조의2)의 적용을 면탈하려는 행위를 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적용 여부가 모호하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해외계열사를 동원하는 편법을 통해 여전히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에 대한 추가 제재 여부는 논란의 대상으로 남았다"며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보유 금지 규제를 탈법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두산그룹에 대해 제재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만약 현행 법령상의 미비로 인해 제재가 어렵다면 조속히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캐피탈의 매각을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여의치 않아서 해외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했다"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