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그룹 오너일가 법정공방 점입가경
기사입력| 2013-12-25 17:22:52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판이 막바지로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SK그룹 횡령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SK그룹 차원의 기획입국의혹을 또다시 제기했다.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SK그룹 오너일가의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횡령 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심은 1심, 2심처럼 법률적 사실관계를 심리가 아닌 법리적용 문제에 대해 따진다. 법리적용 여부에 따라 감형 또는 형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검찰도 현재 SK그룹 오너일가의 혐의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SK그룹의 '억울하다'는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김 전 고문의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한 SK그룹 오너일가의 김 전 고문 기획입국 의혹을 밝히기 위해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검찰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김 전 고문에 대한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고문이 도피 중이던 대만에서의 강제출국 과정에 SK그룹의 개입 가능성을 지적했다. 대만에서 김 전 고문이 체포될 당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동행했던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최 부회장이 동행하고 있던 점을 근거로 SK가 김 전 고문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 강제송환을 명분으로 기획입국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또 김 전 고문이 한국 송환 이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최 회장이 정보를 경찰에 흘려 강제송환 됐다고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기획입국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 한 게 아니냐는 점을 최 회장에게 추궁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획입국 의혹은 구치소 접견부 대화록이다. 검찰은 최 회장의 구치소 접견부 대화록을 공개하며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강제추방 형식으로 송환되기(9월26일) 직전인 9월 중순경 SK측에서는 김 전 고문의 송환을 위해 중국에서 대만으로 사람을 보내는 등 여러 노력을 했고 이 상황은 최 회장에게 보고 됐다. 최 회장은 진행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김 전 고문에 대한 귀국문제를 협의한 사실이 없고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이후 김 전 고문과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기획입국설은 터무니없는 의혹일 뿐이라는 얘기다.
1심과 2심에서의 진술번복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의 조언이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한 최 회장의 답 역시 논란거리다. 최 회장은 진술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이 펀드 출자 및 선지급과 관련해 어떻게든 본인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일부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이후 김 전 고문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 회장의 진술이 모호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 회장은 횡령 배임 혐의 1심에서 '사실무근'으로 일관한 바 있다. 1심 선고공판에 앞서 최 회장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데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뒤 최 회장은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점을 인정한다"며 "원심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검찰은 일련의 정황들을 토대로 향후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의 기획입국의혹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결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공판은 26일 변론이 종결돼 내년 1월 중 선고가 예상된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내년 3월 이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