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욕먹고 계란 맞고...회장님들의 수난시대
기사입력| 2013-12-19 15:26:54
고함과 계란, 전직 회장과 현직 회장, 공통점은 피의자 신분.
이석채 전 KT 회장(68)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의 19일 검찰 출석 모습이다.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의혹 등으로 이날 오전 9시50분쯤 변호인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출석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재직시 각종 사업 추진과 자산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했는지, 그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전 회장은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팔고 지하철 광고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2009년부터 4년 동안 임직원들에게 성과금을 과다 지급하고,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수십억원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KT의 급여 관련 자료를 확보해 서류상 상여금과 실제 급여가 차이 나는 사실을 파악하고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난 2월과 10월 각각 고발당했다.
이날 이 전 회장의 검찰 출석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KT 노조 조합원은 "이석채씨 지난 5년 간 정말 힘들었어요. 반성좀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횡령과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회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검찰은 지난 10월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의 자택과 KT 본사 등 모두 30여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주요 임직원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이 전 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상당히 많고 복잡한 만큼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필요하면 재차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지난달 12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이 전 회장 출석 10여분뒤에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현 회장의 3번째 검찰 소환. 현 회장이 중앙지검에 도착하는 순간 동양그룹 회사채·CP 피해자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우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현재현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치며 피해 회복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차량 문에 계란을 투척하고 발로 차기도 했다. 일부 여성 피해자들은 차량 문 앞에 드러누워 손잡이를 붙들고 "돈을 내놔라. 돌려달라"고 소리쳤다.
이로 인해 현 회장은 5분여 간 차에서 내리지 못했으며, 검찰 방호 인력과 회사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차에서 내렸지만 취재진 수십명과 피해자들이 한군데 엉키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옷깃을 잡히고 경미한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회장을 상대로 ▲동양그룹이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발행하면서 채무 변제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지배구조를 유지할 목적으로 CP 발행을 계획한 것은 아닌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지난 7∼9월 법정관리를 앞둔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동양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1568억원 상당을 발행·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현 회장이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지난해 초부터 1년6개월간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부실 계열사에 1조5621억원을 불법 대출해주는 등 편법으로 지원했는 지에 대한 의혹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동양시멘트에 대한 투자정보로 주가를 띄워 시세차익을 냈다는 의혹과 법정관리 신청 전 미리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한 의혹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16일과 17일 현 회장을 소환해 밤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며 이날 세번째 소환을 했다.
한편, 현 회장은 앞선 조사에서 "CP발행 당시 어음을 상환할 능력과 의사 모두 있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