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애경 오너가 신뢰도 흔들…2015년까지 10억 환경기금 조성 제자리 걸음
기사입력| 2013-08-27 16:48:40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장 회장은 2010년 친환경 경영을 선언, 친환경 제품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해 '장영신 환경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대승적 결단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주목할 것은 애경의 '사회공헌 약속' 번복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경은 2008년 대구 아파트 단지 건립과 관련해 복지시설을 기부채납하기로 한 뒤 2013년 7월 감사원에 진정서를 넣는 등 협약을 번복한 바 있다.
장영신 환경기금은 장 회장이 2010년 5월 '친환경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자사의 친환경 세제인 '리큐'의 수익금 가운데 '장영신 환경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겠다며 탄생했다. 연간 2억원 규모로 5년간 모두 1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과 사회공헌 강화를 화두로 던졌다"며 "기업이 친환경 관련 사회공헌 활동 계획을 많이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경은 2010년 장 회장의 발언 이후 장영신 환경기금으로 조성된 금액은 2억원 남짓이라는 게 애경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계산대로라면 2013년 5월이 3년이 되는 해로 6억원의 기금이 조성돼있어야 하지만 장영신 환경기금은 계획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애경 측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장영신 환경기금이 조성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신제품의 경우 제품출시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조성하지 못했을 뿐이란 얘기다. 애경 관계자는 "출시 첫해 수익이 좋지 않아 기금 조성을 하지 못했고, 2011년과 2012년 사이 2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며 "처음 계획 발표 당시 연간 2억이라고 정하지 않고 2015년까지 10억의 기금을 마련해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애경 리큐의 매출은 제품 출시 이후 2011년 190억원, 2012년 260억원 등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제품출시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애경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또 2011년과 2012년 사이 2억원이 마련돼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회사 자체에서 기금을 조성함에 있어 입금 내역의 확인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금이 어떻게 조성이 되고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특히 애경은 환경기금이 제품판매와 함께 수시로 입금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2년간 2억원이 정확히 모였다는 점도 의문이 남는다.
앞에서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지만 뒤에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셈. 소비자와의 약속과 같은 사회공헌 관련 발언을 아무런 설명 없이 무시한 듯 비춰질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이란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애경의 '손바닥 뒤집기'식 사회공헌 약속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경은 2008년 4월 달서구 진천동에 18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AK그랑폴리스를 분양하면서 학교용지 및 사회복지센터를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다.대구시가 준공업지역인 해당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애경은 지난해 7월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에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는 대신 복지시설을 기부채납하기로 한 협약을 번복했다. 감사원에 대구시가 무상기부채납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진정서를 통해 무상기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성과를 거뒀다.
준공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분양률은 이미 95%를 넘어선 상태였고, 부지가격이 용도변경 후 폭등해 수백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누린 상황이었다.
애경은 생필품 관련 업체로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업무 특성상 소비자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 회장의 신뢰성과 도덕성 관련 논란이 계속될 경우 고객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피죤의 경우 이윤재 회장의 직원 폭행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뒤 매출이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 바 있다.
애경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신뢰성과 도덕성 관련 논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