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신세계 본점 리뉴얼을 둘러싼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국내 브랜드를 대거 퇴출시키고 그 자리에 해외브랜드를 채웠기 때문이다.
'국내브랜드 퇴출만이 살길?'
신세계백화점 본점 리뉴얼을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점에 대대적으로 손을 댔다. 8년만의 리뉴얼이다. 지난 7월 29일부터 매장 재 배치 등을 시작해서 다음달 초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 측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 백화점 격인 신세계 본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 세계 유명 패션 백화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게 될 것"이라고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리뉴얼 명단을 살펴보면, 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신세계는 이번에 브랜드 교체를 결정하면서, 국내 업체를 대거 퇴출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를 해외 브랜드로 채웠다. 퇴출 통보를 받은 국내 브랜드 업체는 4층 여성 캐주얼 매장과 5층 여성 구두 매장에 있던 최연옥, 신장경, 쉬지미스, 요하넥스, 시슬리, 쿠아 등 총 50여곳에 달한다. 수입 브랜드 중엔 ICB만 퇴출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로 입점하는 브랜드는 프렌치시크를 표방한 '바네사 브루노'와 'IRO', 미국의 여성 콘템포러리 캐주얼 '빈스' 등 수입브랜드들이다. 새로 입점하는 수입 브랜드는 모두 22개에 달한다.
당연히 갑자기 방을 빼게 된 업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가뜩이나 오랜 경기 침체 속에서 매출 상승을 위해 고심하는 패션업체들 입장에선 고정 고객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 것. 특히 주로 백화점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중장년층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이번 퇴출로 타격을 입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신세계백화점 본점 리뉴얼이 최근의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측 구상대로 해외 브랜드 대거 입점이 즉각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매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보통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이번에 퇴출된 브랜드들의 고정 고객이 식품이나 잡화 등 다른 매장 매출에 기여한 부분도 줄어들 터이니, 당장은 오히려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동일 상권으로 분류되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면세점과 더불어 해외 쇼핑객들을 위한 결정적인 메리트가 존재하나, 이번 해외 콘템포러리 브랜드들의 대거 입점이 신세계의 차별성을 만들어 주기는 어렵다는 지적. 무엇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크게 역행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84억원, 영업이익 4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0.6%, 0.5% 실적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 측은 "신세계 본점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특정 상권을 아우르는 대신 서울 각지의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하고 있다"며 "인근에 백화점은 물론 아울렛 등 다양한 패션 유통업태가 공존해 최신 트렌드의 브랜드 도입은 차별화 전략에 필수적인 셈"이라고 주장했다.이어 "비록 오프라인 매장에서 짐을 챙겨 나간 국내 브랜드라도 신세계몰 등 온라인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손쉽게 쇼핑할 수 있다. 이번 리뉴얼은 전국 10개 백화점 중 본점의 특성을 살려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