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소비자고발]자전거 소매업 손떼겠다던 LS네트웍스 1년반 눈치보기만
기사입력| 2013-07-30 15:27:17
지난해 2월 재계 16위인 LS그룹 계열사인 LS네트웍스는 자전거 소매업에서 발을 뺀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자전거 소매업주들은 대기업인 LS네트웍스가 '바이클로'라는 자전거 종합 쇼핑 체인점을 운영하는 것이 골목상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LS네트웍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동반성장에 맞춰져 있어 심각한 부담을 느낀 터였다. 정부의 입김도 무시 못했다.
결국 소매업에서 철수하고 자전거 도매업과 제조업에 집중한다는 선언을 선제적으로 내놨다. 비난 여론은 크게 잦아들었다. 몇달 뒤 LS네트웍스는 14개 직영점 가운데 3개점을 정리했다.
1년 반이 흐른 지금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내용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바이클로는 여전히 수입, 고가 자전거 소매업이 사업의 중심이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자전거를 보여주고, 설명하고, 판매하고 있다. 바이클로 매장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넓은 공간을 제외하면 일반 자전거 소매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를 두고 자전거 소매업을 하는 이들은 속았다는 표정이다. 스포츠조선이 운영하고 있는 '소비자인사이트(www.consumer-insight.co.kr)'에도 이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LS네트웍스는 최근 접이식 자전거로 유명한 다혼 노스 아메리카코리아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는 등 활발한 자전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이 나쁠 때는 소매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새정부가 들어서는 등 사회분위기가 바뀌자 슬며시 약속이행을 미루고 있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자전거 소매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2월 발표 때도 전면 소매업 중단을 뜻한 것은 아니었다. 소매보다 도매에 치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순차적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였고, 동반성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3월 중견,대기업은 향후 자전거 소매업 진출을 못하고 기존 업체(LS네트웍스 포함)는 3년 이내 지난해말 기준으로 매출을 50% 이상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정부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자전거 소매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바이클로 아카데미 운영과 사이클 연맹 스폰서십, BMX자전거 유소년단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2월 발표 당시 언론이 앞서간 측면이 크다"며 언론의 확대재생산을 문제삼았다.
그때와 지금의 뉘앙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사회적인 분위기를 감안, 자전거 소매업 철수와 향후 직영점은 자전거 쇼룸으로 활용한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LS네트웍스의 소매점 철수를 언급한 수많은 언론의 보도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사업 내용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직영점을 줄였지만 꾸준한 레져용 자전거 수요에 힘입어 매출은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동반성장위원회 결정사항 이행에 대한 LS네트웍스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 소매상들은 지난해 LS네트웍스의 발표 당시부터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바이클로 매장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소매업에서 손을 뗀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는 지적이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소매업에 더욱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LS네트웍스가 내세웠던 자전거 사업 활성화 역시 알맹이보다는 겉모습 위주다. 수입 자전거들이 인기상품을 점령하고 있는 바이클로의 판매 특성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체 자전거 제작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바이클로는 요즘 여름맞이 다양한 판매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보상판매와 각종제품을 할인판매 중이다. 매출 증대를 위해 뛰는 여느 소매점과 다를 바 없는 행보다.
선언적 의미의 발표 만으로 여론과 정부의 비난만 피하고 실속은 그대로인 셈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