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소비자고발>남양유업 영업직원 욕설사태, 일파만파 확산 왜?
기사입력| 2013-05-08 18:35:11
심상치 않다. 남양유업이 '불공정 영업행태'(밀어내기, 떡값요구, 유통업체 파견직 임금 떠넘기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파는 메가톤급이다.
최근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차원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진 영업 행태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오너일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될 뿐 아니라 세금 관련 조세당국의 수사로까지 확대 될 가능성이 높다. 창사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남양유업.
그런데 외부의 상황과 달리 남양유업 내부적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란 게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모르쇠 대응', 불매운동 확산에 기름
남양유업은 최근 '밀어내기 영업 행태', '대리점주 막말 파문' 등에 대해 대부분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최근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녹취록 파문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검찰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공식 입장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녹취록 파문에 대한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밀어내기 등 불공정 영업행태는 내부적으로 통용이 됐던 만큼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가 일어나기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밀어넣는 과정에서의 폭언이 발단이 됐다. 단순하게 본다면 영업사원 개인의 문제에 가까워 보이지만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영업사원에게 물량을 할당을 하다 보니 대리점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내려가는 구조라는 것. 식음료업계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유제품관련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의 요구를 대리점주 입장에서 거부한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밀어내기 영업행태의 문제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한다. 부족한 돈을 메우다 보니 사채를 쓰는 등 빚을 떠안은 대리점주, 자살을 생각하는 대리점주가 발생하는 이유다.
게다가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은 밀어내기 압박을 받고 있는 대리점주들에게 '떡값'까지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떡값은 영업사원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에게 상납되며 관행처럼 여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잘못을 시정해야 할 관리자들이 오히려 '묵인'하며 사태 심각성을 키운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가 7일 또하나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녹취록에는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돈을 받은 정황이 담겨져 있다. 2분 30초 정도의 짧은 녹취록에는 지난 1월31일 남양유업 서부지점 영업팀장과 정승훈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 총무의 통화 내용이다. 당시 영업팀장은 "내가 사장님한테 돈을 받은 것은 진실이다"라며 "그러나 (그 돈이) 어디로 갔느냐는 오리무중이고 받은 사람이 안 받았다고 하면 내가 뒤집어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는 다른 녹취록도 공개할 예정이다. 남양유업의 내부 경영시스템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7일 오후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장은 '경제민주화와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지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 파일은 그들이 해온 짓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남양유업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들은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섰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 점주 단체 연합회인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편의점협회)는 8일 공식 성명을 내고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키로 했다. 편의점협회의회원수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편의점협회는 성명을 통해 "남양유업의 폭언과 제품 강매(밀어내기)는 비인륜적이고 야만적인 행태"라고 비난하며 대국민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에 나섰다.
동종업계의 반응도 비슷하다.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남양유업과는 다르다'는 식의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남양유업의 상명하복식으로 밀어붙이는 경영스타일의 한계라는 말도 들린다.
▶사태 발생 전 오너가 주식 매매 '뒷말' 무성
공교롭게도 사태 발생 직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달 18일부터 보유주식 중 6583주를 장내 매도를 통해 70억원가량을 챙겼다. 첫 주식 매각의 시점이 사태 발생 직전이란 점에서 홍 회장의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검찰 압수수색 등 악재를 앞두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매각한 주식의 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 주식의 일평균 거래량이 그동안 300~500주 사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6000여주는 물량 폭탄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양유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사태 발생이후 12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남양유업 사태는 당분간 세간의 뜨거운 화제가 될 전망이다.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 협의회가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섰다. 또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업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창사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남양유업.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