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LG화학의 굴욕, 왜?
기사입력| 2013-04-24 17:45:15
'격세지감'(隔世之感).
LG화학의 분위기가 딱 이렇다. 2011년 4월 50만원을 훌쩍 넘었던 LG화학 주가는 올 4월 2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4월 15일에는 23만3000원(종가기준)으로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2년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셈.
화학업종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50%이상의 하락은 LG화학의 현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최근 LG화학은 경쟁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의 2차전지 관련 특허소송에서 패배하는 수모도 겪었다. LG그룹을 이끌 것으로 평가받던 LG화학이 '미운오리'로 전락했다는 말이 증권가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올해 LG화학 주주총회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주총장에 경찰이 등장한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화가 난 소액주주가 주총장을 찾는 과정에서 신분증을 놓고 왔다는 이유로 사측과 마찰을 빚었던 것이 발단이었다. 예년 같지 않은 실적과 주가가 LG화학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1분기 매출 전년대비 감소 '성장세 둔화'
사례는 또 있다. LG화학의 2013년 1분기 실적은 매출액 5조7206억원, 영업이익4089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6%, 8.5%감소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LG화학의 신수종사업으로 성장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던 2차전지 관련 사업은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주가가 2010년 이후 치솟은 이유는 배터리(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했다. 1999년 사업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 2006년 김반석 부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07년 현대기아차를 시작으로 GM, 포드, 볼보 등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10여 곳에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9조원 대였던 매출은 2011년 22조원대로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3339억원에서 2조821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실적 상승과 전기차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은 LG화학의 주가에 날개를 달았다.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시장 분위기는 LG화학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가스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하이브리드차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셰일가스의 등장은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부상하며 2차전지와 태양광에너지 사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증권가에서 LG화학 주가에 대해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근 화학업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LG화학은) 선방을 하고 있다"며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2차전지 사업과 관련해 "전기차 시장 자체가 예상 보다 성장이 더디긴 하지만 LG화학이 업계 1위를 하고 있다"며 "대규모 양산, 공급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화학의 현재 상황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2012년 매출은 2011년 보다 늘었다.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조원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2조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구, LG화학의 성장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힌다.
문제는 석유화학업종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업계의 특성에 기인한다. 수출, 환율, 유가 등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사업인 만큼 CEO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김 부회장도 취임 이후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 총수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장수 CEO'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러나 최근 LG화학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김 부회장이 실무에서 손을 땠다.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LG화학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퇴진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회사 안팎에선 변화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이뤄진 인사라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까지 2차전지 사업 2조원 이상 투자 하겠다고 하는 등 2차전지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정하고 강력히 밀어붙인 게 김 부 회장이다. 공격적으로 했던 사업이 좋지 않은데 따른 책임을 진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2차전지 관련 특허 소송 경쟁사에 패배 쓴맛
특히 LG화학은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의 2차전지 관련 특허 소송에서 최근 패소했다.
LG화학은 2011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SK이노베이션이 '안전성 강화 분리막'기술을 베꼈다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 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자사가 개발한 '세라믹코팅분리막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분리막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결과는 LG화학의 패배로 끝났다. 2013년 4월 11일 특허법원은 LG화학이 제기한 특허심판원의 특허 무효 심결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8월 특허심판원 심결에 이어 항소심 격인 심결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승소, 독자 기술력으로 확인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차전지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대법원 상고를 준비 중이지만 2006년 일본 토넨사가 SK의 리튬이온분리막 기술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항소심,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한 바 있어 상고에서 이길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화학업계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