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소비자고발]포스코에너지, 도덕성과 인간미를 강조해 놓고
기사입력| 2013-04-22 18:26:03
포스코에너지 A상무(53)의 대한항공 기내 스튜어디스 폭행사건 후폭풍이 거세다.
포스코와 포스코에너지가 21일 저녁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A상무를 두고 '직장에서 부하직원들에게도 그렇게 행동하느냐'는 등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포털의 한 게시판에 ID 'lady'는 '임원이면 임원답게 인성에도 품격을 갖춰야지, 아무리 돈 많고 권력 있으면 뭐하니? 행동이 개차반인데'라며 A상무를 질책했다. ID 'kmyo'는 '대기업 임원이시라면 품위도 임원이셔야죠. 여승무원을 폭행한 건 정말 어이가 없네요'라고 해당 임원의 행동에 혀를 찼다.
포스코에너지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승진을 실시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임원승진 시 사람 됨됨이는 전혀 고려치 않느냐는 것이다. 포스코가 오랫동안 '갑'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이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A상무는 1983년 포스코에 공채로 입사한 뒤 포스코켐텍 등을 거쳐 2년 전부터 포스코에너지에서 일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의 A상무는 지난 1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LA로 가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후 "옆 자리가 비어있지 않다"며 승무원에게 화를 냈다. 이어 아침 메뉴를 보고 "왜 메뉴에 죽이 없느냐"며 "이런 메뉴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거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이후 제공된 라면에 대해서도 "덜 익었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들고 있던 책자로 한 승무원의 눈 주변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에너지측의 늑장 대응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뒤 회사 이름이 거론되지 않을 때는 조용히 있다가, 인터넷 상에서 회사 이름이 회자되자 '엄중 조치' 운운하는 등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기업이나 다름없는 포스코의 계열사에서 너무 안이한 모습을 보여 화를 더욱 크게 키웠다고 네티즌들은 포스코에너지 측을 성토했다.
또 포스코에너지가 스스로 밝힌 인재관을 놓고도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도전과 신뢰의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리더'를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도덕성'과 '인간미'를 함양시키는데도 노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고위 임원이 이번에 도덕성을 내팽개치다시피 한 행동으로 질책을 받으면서 '어이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포스코에너지는 22일 A상무를 보직해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대기업들 사이에 국내외 출장 또는 회식자리 등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정부에서 대기업의 부당거래 등을 캐내기 위해 눈을 부릅뜬 상황에서 임원의 잘못된 처신은 이로울 게 없다는 시각인 것이다.
특히 총수가 재판을 받는 SK와 한화 임원들은 더욱 위축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행동은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번 일로 대다수 선량한 대기업 임원들까지 욕을 먹게 됐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