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 강화유리가 파손돼 금이 간 양문형 냉장고.
사진제공=컨슈머리서치
▶사례1. 2012년 4월 이 모씨(여)는 250여만원을 주고 양문 전면이 강화유리로 된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했다. 강도가 '매우 높은' 강화유리이기에 파손 염려가 전혀 없다는 판매직원의 말을 믿고 구입을 결정했다고. 그러나 9개월 뒤 유리로 만들어진 반찬통을 넣다가 미끄러져 전면 유리와 살짝 부딪힌 충격에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작은 충격에 생긴 균열이라서 AS를 요청했지만 제조사는 이용자 과실이라며 공임비를 제외한 문짝 교체비로 55만원을 청구했다.
▶사례2. 올해 초 300여만원을 들여 주고 강화유리 냉장고를 구입한 소비자 박 모씨(남). 그러나 냉장고의 문짝이 한 달 만에 원인 없이 부서졌다.시간이 흐를수록 깨진 부위가 넓어지더니 급기야 파편이 생기면서 유리조각이 손가락에 박히는 사고를 당해 외과치료를 받아야 했다. 처음엔 치료비를 포함한 냉장고 구입가 전액 보상을 약속했던 제조사 측은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 과실이라며 보상 불가를 통보했다.
▶사례3. 지난해 9월 40만원을 주고 가스레인지를 구입한 소비자 김 모씨(여). 최근 물을 끓이던 중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강화유리 재질의 가스레인지 상판부분이 산산조각났다. 즉각적인 AS조치를 받았지만 동일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기사의 말에 도저히 제품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제조사 측은 재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파손되더라도 파편이 튀지 않게 설계된 제품'이라며 김 씨를 설득했다. 하지만 김 씨는 "구입 당시엔 아무 소리 없다가 이제 와서 폭발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분개했다.
위 사례들처럼 최근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에 사용된 강화유리가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제품 파손시 보상규정마저 마련돼 있지 않아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1일 소비자 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지난해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가전제품 강화유리 파손 관련 제보 조사 결과 총 피해접수 건은 21건이었다고 밝혔다.
제품별로 보면 강화유리 냉장고 및 김치냉장고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스레인지 및 오븐 6건, 드럼세탁기 1건 등 이었다.
또한 총 21건의 파손 사고 중 '외부 충격 없이 갑자기 파손된 자파사고'가 13건(62%)으로 '크고 작은 충격에 의한 파손' 8건(38%)보다 많았다.
이같은 사고가 발생시 대부분의 경우 제조사는 원인불명이나 이용자 과실로 진단을 내려 소비자들과 갈등 빚기도 한다.
특히 깨진 강화유리에 손가락 등을 다치는 등 상해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보상규정이 없어 비싼 수리비와 치료비 등이 대부분 소비자 몫이 되고 있다.
일선 매장에서는 '망치로 두드리지 않는 한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를 사용해 안심하고 사도 된다'며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파손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를 받은 소비자는 거의 없다.그러나 막상 파손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제조사는 사용자 과실로 간주해 유상수리만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이처럼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기술표준원 등 정부부처 확인 결과 대책 마련의 필요성 조차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강화유리의 경우 보통 충격으론 깨지지 않지만 물체의 코너 부분 즉 뾰족한 부분과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을 경우 쉽게 깨질 수 있다"며 파손 가능성을 언급했다.이어 "전면 충격에는 강하지만 측면 충격에 약하고 뒤틀림이나 휘어짐에 대해서도 일반유리보다 취약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냉장고 강화유리 파손은 보상 받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불만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