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소비자고발]이마트 골목상권 꼼수, 문제되니 나몰라라
기사입력| 2013-03-12 16:34:23
지난해부터 거대 유통자본의 횡포 폐해가 커지자 전국적으로 중소상인, 골목상권을 지키자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대기업 유통자본의 문어발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골목상권 지키기에 대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정부규제와 대책마련이 늦어지는 사이 '풍선효과'가 심해지고 있다.
롯데,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 유통회사들은 눈에 확 띄는 대형마트 신설이 벽에 막히자 드럭스토어, 변종 편의점,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새로운 확장 루트를 찾고 있다.
이번에는 또다른 변종 영업확장인 '상품공급점'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시민단체와 골목상권 지킴이들로 구성된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는 신세계 이마트를 강하게 성토하며 궐기대회를 가졌다. 광주 남구의 한 마트가 지난 주말 기업형 슈퍼마켓인 신세계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호를 달고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하루 쉬는 휴일을 이용해 간판을 바꿔달았다. 문제가 커진 것은 지난해 해당 마트는 대형마트 입점이 문제가 돼 시민단체 대표와 구청관계자들과 함께 확약서를 작성한 적이 있었다. 남구청장과 중소상인네트워크, 해당마트 대표, 상인회 등이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비롯한 대기업 유통업체와 어떠한 계약관계를 맺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이후에도 자체영업을 한다'는 문서를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해당마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 대부분은 대문짝만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호를 보고 에브리데이로 오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할인품 등 이마트 상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마트측은 그래도 일부 상품만을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며 확약서 위반이 아니라고 하지만 인근 중소상인들은 발끈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상품이 갈수로 퇴출되고 이마트 상품으로만 채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고 소란이 일자 이마트 본사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 남구청에서는 이마트쪽에 입점자제 요청공문을 보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공문을 검토한 뒤 조치를 취하겠지만 상품공급점은 직영점이 아니다. 점포 확장도 아니다. 중소상인업체에서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받고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해 상품공급 계약을 맺는 것 뿐이다. 이를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유통업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은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마트측에서 상호간판교체비용 등 일부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상품공급점 계약은 이마트 입장에선 정부의 규제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면서 사업확장과 매출증대를 꾀할 수 있다. 기존 소매업자들을 상대로 상품공급 계약을 맺으면 손쉽게 도매 시장을 키울 수 있다. 자체개발상품 판매와 기존 유통망 활용 등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 또 이번처럼 문제가 생기면 직영점이 아니라며 한발 빼면 된다.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변종업태의 끝없는 확장이다. 지금은 기존 마트와 계약해서 상품공급점을 늘리지만 향후에는 유령 사장을 동원해 마트를 개점한 뒤 상품공급점으로 둔갑시킬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형태야 어떻게 됐든 결과는 똑같다. 이런 식이면 대기업 유통회사는 배를 더 불리고, 골목상권은 더 피폐 해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직원사찰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불거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한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마트의 끝없는 시장 확대욕구는 그대로다. 소나기만 피하자는 심산일 뿐 대기업의 탐욕은 바뀌지 않는다는 일례가 또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지난 4일 보유하고 있던 스위트밀 지분 전량(19.97%, 139만8000주)을 코오롱의 비영리 어린이 장학재단인 '꽃과 어린왕자 재단'에 기부했다. 대기업 오너일가의 빵집 운영이 문제되자 기부를 선택해 상당한 환영을 받았다. 스위트밀은 코오롱계열 외식프랜차이즈로 베이커리 전문점 '비어드파파', 커피전문점 '스위트 카페', 치즈케이크 전문점 '티오글라톤'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스위트밀은 적자에 자본잠식상태여서 실질적인 기부효과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차원의 빵집사업 철수지만 실질적인 금전기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기부 폼만 잡은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