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 윤경립 회장은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이 편법과 탈법행위를 저질렀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중징계를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출처=유화증권 홈페이지>
유화증권은 증권가에서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져 있다. 자본금이 742억원에 불과한 중소형 증권사이지만, 그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와 '경기'의 부침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적자를 낸 지난해만 하더라도 3분기까지 1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거래소 상장회사인 유화증권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이익잉여금만 1835억원을 쌓아놓고 있는 상태.
1962년 현 윤장섭 명예회장에 의해 설립된 뒤 현재는 그의 장남인 윤경립씨(56)가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에 대한 투명한 경영과 정도영업, 고객에 대한 신뢰"를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면서 "외형의 무리한 성장보다는 고객자산의 보호와 안정적 수익추구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윤 회장은 1991년 유화증권 상무이사에 오른 뒤 전무이사(1995년)과 부사장(1999년) 사장(2000년)을 거쳐 2010년 회장직에 오른 이 회사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윤리와 무엇보다 내실있는 성장기반을 다져 윤 회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는 게 다시한번 입증됐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유화증권의 검사결과를 살펴보면 직원들의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검사결과 유화증권은 375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면직상당 1명, 정직상당 1명, 감봉 1명, 견택 2명, 주의 2명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회사의 A부장과 B팀장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 사이에 회사채 14개 종목(369억원 상당)을 유화증권 명의로 사들였다. 이들이 당시 사들인 회사채는 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한 유통수익률보다 현저히 싼 가격에 급매물로 나와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및 회사채 시장 경색에 따른 결과였다.
그런데 문제의 두 사람은 본인들이 개설한 8개 차명계좌로 회사채를 매입한 가격에 매도한 뒤 이를 높은 가격에 다시 회사명의로 매입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두 사람은 23억원의 채권 매매차익을 거뒀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정보를 자기이익을 위해 이용한 셈이다.
또 C부장은 2009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회사채 4개 종목(38억원 상당)을 유화증권 명의로 모 회사에 매도한 뒤 4~18일 경과 후 재매수하는 과정에서 발행회사의 부도 등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줄 것을 사전에 약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28조 및 제55조 위반이다.
고객들의 증권계좌 관리가 편법적으로 이뤄진 사례도 적발됐다.
이 회사의 모 부장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1월13일 사이에 5명의 주식투자자로부터 주식거래를 위탁받았다. 당시 투자일임업(고객과 직접 계약을 맺고 전부 또는 일부를 위임받아 거래하는 행위)으으로서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가 매매거래일 등을 지정한 경우가 아님에도 종목과 매매의 구분과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일임받아 18개 종목 64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했다.
또다른 차장도 2011년 8월부터 2012년 1월 사이에 4명의 위탁자로부터 주식거래를 위탁받으면서 포괄적으로 일임받아 14개종목에 걸쳐 4억1700만원 상당의 주식 매매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수치'를 부풀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업무보고서의 개별 재무제표에 계상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산정해야 하고 이 기준에 따라 산정된 비율을 업무보고서에 기재한 뒤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유화증권은 2009회계연도 1/4분기와 3/4분기 기간 중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관계기관 출자지분의 주식위험액을 분기별 업무보고서의 개별 재무제표가 아닌 2008회계연도의 4/4분기 개별 재무제표에 계상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했다. 이에 따라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최저 66%p, 최고 525%p 과대 산정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아울러 교섭수수료 적용대상 계좌의 고객이 주식 매매거래와 관련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고객별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고 있음에도 규정에 따라 홈페이지에 공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도 통보하지 않았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