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연합뉴스
또 오른다는 전기요금. 속타는 이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한국전력이 신청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14일부터 평균 4.0% 오른다. 지난해 10% 이상을 올리겠다고 했다가 정부, 시민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4% 인상안이 결정됐지만 받아들일 만한 수치는 아니다. 2011년 8월부터 1년 5개월 사이 벌써 네번째 인상이다. 너무 잦다. 누적률로만 보면 19.6%나 된다. 서민과 기업 부담은 물론이고 물가 영향도 직격탄이다. 전기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식경제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어려운 겨울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수요통제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전력 예비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한 설명이다. 또 원가회수율(전기생산비 대비 전기요금)이 87%선이라며 전기료 인상의 당위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국민들이 속상한 것은 정작 원가구조는 속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거대 공룡 한전의 복마전처럼 얽혀있는 비리에 방만한 경영은 늘 도마에 오른다. 한전은 매번 적자 타령을 하면서도 지난해 국감 자료에 의하면 지식경제부 산하 72개 공공기관 중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았다.
정부는 이번 전기료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경영합리화를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산업계는 당장 지출이 늘게 됐다. 한전의 적자를 피를 짜내 메워야 하는 형국이다. 이참에 한전 중심의 전력공급 체계를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강경 발언도 나온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외부에서 문제해결 실마리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과 인사, 뿐만 아니라 마인드 재무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있어선 또다시 손쉬운 요금 인상 안을 꺼내들었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유류, 가스에 비해 원가 이하로 싼 전기를 많이 써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예비 전력이 바닥난 점을 강조했다. 또 원가 상승 요인을 피치못할 사정으로 들었다. 여기에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배려한 차등 조정임을 돋보이게 하려 노력했다. 이번 요금 인상은 주택용은 2%, 산업용은 4.4%, 일반은 4.6%, 심야전기는 5% 오른다.
한전 관계자는 "자구노력도 한계가 있다. 관리가능 비용은 전체 4.4%(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지난 5년간 평균 1조4000억원을 원가절감을 통해 마련했고, 올해도 1조원 규모의 원가절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 많은 한전 이미지는 지난 수년간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납품 비리로 불량 부품을 쓰는 바람에 발전소가 멈춰서고 감사원에 의해 입찰과정에서 부실한 대처를 해 원가 절감에 실패한 사례가 수십건씩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한전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제도 부실 운영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수십여건의 위법사항에 대해 책임자 문책을 명령했다.
한전은 이런 저런 자료를 들이대며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료 인상이 과하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주먹구구식 인상을 지켜봐온 국민들은 혀를 찬다. 더욱이 정권말기에 새정부가 들어서면 인상이 힘들것이라는 판단 아래 기습적으로 요금 인상을 한 것도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한전에 고통분담 요구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적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라는 식의 채찍질은 한계가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투명한 원가산출 시스템 공개가 우선시 돼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