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오전 대명그룹이 강원 홍천을 찾아 연탄배달 봉사를 펼친 가운데 계열사인 기안코퍼레이션 서준혁 대표(오른쪽) 등 임직원들이 홍천읍의 한 농가에 연탄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작은 오해는 큰 오해를 낳는다. 오해가 겹치다 보면 불신으로 이어진다. 기업경영에 있어 경영자는 '오해'를 낳지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명그룹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오너일가의 개운치 않은 계열사 인수합병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오너일가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무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루 만에 결정-오너회사이기 때문?
문제는 대명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가 비상장 계열사인 기안코퍼레이션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월 21일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198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대명그룹 내 리테일, 여행, 통합물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사업다각화가 인수목적이라는 게 대명그룹 측의 설명. 주력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잇점 때문에 인수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오너일가가 전량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특히 매각부터 대금지급까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거래금액이 상당히 높게 평가됐지만 말이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을 주당 33만원에 매입했다. 주당 5000원인 주식의 6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무리 다업 다각화를 꾀한다고 해도 하루 만에 결정하고 대금까지 지급하기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인수합병에 나설 때에는 매입주식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인수합병 체결 후 실사 등을 거친다.
대명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으로 빠른 일처리를 위한 것일 뿐 오해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3년간 매출 등에 비춰 회계법인 등을 통해 적정가격을 결정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했다.
실제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 다만 도덕적 비난과 함께 오너일가를 위한 거래였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주주구성을 보면 일반 소액주주의 비율이 47%에 달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대명레저산업(30.65%). 결국 오너일가를 위해 일반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해치는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대명엔터프라이즈에 인수되기 전까지 오너일가가 100%(6만주)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던 회사.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2008년 3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서 대표가 지분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지분을 보유했다. 3억원으로 출발한 회사는 그룹 내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 사업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기안코퍼레이션이 계열사 간 얻은 거래 규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각각 311억원(계열사 의존도100%), 522억원(63%), 613억원(62%)이다.
오너일가가 3억원을 투자해 회사를 만들고, 그룹사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4년 만에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그룹 측의 '사업다각화 차원의 인수합병'보다 '오너일가 잇속 챙기기'라는 의혹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혹은 또 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과세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거래'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내부거래 과세는 기업이 특수관계법인(계열사나 오너일가 소유 기업 등에 몰아준 일감 규모가 매출의 30%를 넘으면 적용됐지만 향후 15%로 조정될 예정.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몰아주기 일감 규모가 매출의 15%로 줄어든다면 오너일가가 100%를 소유한 기안코퍼레이션의 경우 매년 영업 이익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명엔터프라이즈가 해를 넘기기 전 과세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안코퍼레이션 인수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RO사업 인수 시대 역행 평가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펄쩍뛴다. 대명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적자 개선과 함께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고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매출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있어 지속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업다각화는 필수다. 다만 경쟁력 확보 대상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였던 MRO업체밖에 없었는지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